"혈세를 쌈짓돈으로 쓰다니"…'유치원 비리'에 우는 부모들
"혈세를 쌈짓돈으로 쓰다니"…'유치원 비리'에 우는 부모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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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수백건…"정부가 나서서 적폐 청산해야"
교육당국 유치원 실명 공개 '뭉그적'…'개인정보법' 이유

"어떻게 이럴 수 있죠? 국민 혈세를 원장 쌈짓돈으로 쓰다니…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내일도 등원시켜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네요."

최근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교육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감사 결과에 대한 학부모들의 공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금껏 표면화되지 못했던 '공공연한 비밀'이 드디어 터졌다며, 이를 계기로 사학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1800여개 유치원의 5900여건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적발 규모는 약 269억으로 추산됐다.

특히 적발된 한 유치원 원장은 교비를 명품가방 등 백화점 쇼핑과 노래방·미용실 등은 물론 숙박업소와 성인용품점, 술집 등에서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비리 유치원들의 실태는 학부모들은 물론 전 국민의 분노를 들끓게 하기 충분했다. 

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번 사태를 질타하는 게시글이 쏟아져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16일 관련 청원이 수백 건 올라와있다.

청원인들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사립유치원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주범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전체 감사결과 공개와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교육이란 껍질을 뒤집어쓰고 비리의 온상으로 자라왔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민혈세가 우리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국가가 주도적으로 썩을 대로 썩은 적폐를 청산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파문이 거세자 정부는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이날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관·유아교육 담당자 회의와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중앙정부 차원의 대처를 고심 중이다.

회의 결과를 토대로 교육부는 이르면 내주 회계·인사 관련 규정 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부는 "비리 문제뿐 아니라 사립 유치원의 전반적인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리 유치원의 실명 공개에 대해서는 전국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명 공개를 꺼리는 대다수 시·도교육청은 감사에 적발된 내용과 처분 결과 등은 홈페이지에 개략적으로 올리지만 비리 유치원의 이름이나 원장 또는 원감 성명은 숨기고 있다.

적발된 유치원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한 교육청 관계자는 "비리 유치원과 당사자 이름 등 개인정보보호법 상 공개가 어려운 부분은 할 수 없다"면서 "사립은 원칙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만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교육부 판단에 따르겠다'며 눈치를 보는 모습도 보인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실명공개 여부는 교육청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단 공개를 원칙으로 교육청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감사 결과) 공개 여부도 교육감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의 한 회원은 "실명을 공개해야 엄마들이 비리 유치원을 피해 아이들을 맡길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