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이은 파격 발언이 화제다. ‘강한 여당’을 표방하는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계산해 구사하는 발언이라는 분석 속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있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회의에서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교황이 방북하면 크게 환영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이 있는데 그 뜻을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에게 전달하셔서 가능한 한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말 앞에 ‘제가 들은 바로는’이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문 대통령의 교황접견이 예정된 상태에서 여당대표로서 먼저 사실화해서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사실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의 수위를 감안할 때 교황과 관련된 얘기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취임일성으로 ‘20년 집권’을 선언하고, 이달 초 방북 길에선 금기시되던 ‘국가보안법 개정’까지 거론했던 거침없는 입이 아니던가.
정치권에서조차 그의 발언이 약일지, 독일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대표 측근들은 정치권 이슈를 선점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면서 자연스레 여당의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포석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거칠어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돼 한 단계씩 수위를 높이는 ‘정치 9단’의 어법이란 주장이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대표 취임 50여일 만에 ‘20년 정권’도 모자라 ‘대통령 10명당선’과 ‘살아있는 한 절대 권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표현은 야당에 대한 도발로 ‘야당과의 협치’를 얘기하는 대통령에게 부담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물론 이 대표의 ‘강한 여당’론은 노무현 정부 때의 쓰라린 경험이 반면교사로 발동됐을 것이다.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도 노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4대 개혁입법’이 좌초된 기억이 뚜렷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일방적으로 한 쪽의 힘만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야당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따질 것은 따지면서 주도해 나가야 하는 일이다. 당과 청와대 나아가 정부부처와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국정은 당·정·청이 함께 협의하고 야당과 화합해 이뤄나가는 것이지 소수의 아집이나 독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한반도는 남과 북이 70년의 단절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주변 관계국과의 원혼도 속으로 삼키고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맞춰야 하는 시기다.
‘강한 여당’은 독설만 뱉어내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