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필로폰 밀반입…나사 제조기에 112㎏ 유통
역대 최대 필로폰 밀반입…나사 제조기에 112㎏ 유통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10.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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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만명 투약분·시가 3700억원…대만-일본-한국 개입
국정원 첩보→경찰·관세청 공조…"입체적 수사로 검거"
15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주차장에 대량의 필로폰 등 압수품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주차장에 대량의 필로폰 등 압수품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로폰을 대량으로 밀반입한 국내외 마약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한국에 들여온 필로폰은 역대 최대 규모인 112㎏으로, 시가로 따지면 3700억원에 달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대만인 A(25)씨와 자금 운반책 일본인 B(32)씨, 필로폰 운반책 한국인 C(63)씨 등 6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6일 태국 방콕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들어온 배에서 1㎏씩 개별포장된 필로폰 112봉지를 숨겨놓은 나사제조기를 넘겨받았다.

이후 A씨는 대만인 D(27·체포영장 발부)씨와 함께 사전에 임대계약을 한 경기도 화성시의 창고에서 나사제조기를 분해했다. 안에 들어있던 필로폰은 서울 서대문구의 원룸에 옮겨졌다.

작업을 마친 A씨는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 앞 사거리에서 7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총 22㎏을 일본인 E(34·체포영장 발부)씨에게 넘겼다. 남은 필로폰 90㎏은 보관했다.

E씨는 자신이 속한 일본 마약조직 총책과 한국인 마약 총책이 맺은 필로폰 계약에 따라 넘겨 받은 필로폰 22㎏을 한국인 C에게 11억원에 판매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4월 대만의 마약밀매조직이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해 서울 모처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국가정보원이 입수하면서 드러났다.

국정원으로부터 이 같은 첩보를 전달 받은 서울지방경찰청과 관세청은 공조 수사를 벌였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국정원이 한 대만인이 필로폰을 커피숍에 숨겨놨다는 정보를 얻어 전달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A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정황을 확보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8월 26일 대만으로 출국하려던 A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붙잡는 데 성공했다. 남은 필로폰은 압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필로폰 유통에서 마약제조업체와 연결고리가 없는 한국 마약상들은 일본 야쿠자 조직을 이용했던 것으로 의심됐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마약밀매조직 '죽련방', 일본의 3대 야쿠자 '이나가와카이' 밑에서 활동하는 조직원들이 관여해 치밀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됐다.

해외 마약 조직은 조직원들에게 밀반입·판매·대금전달·활동비 제공 등의 필요한 역할을 주고, 채팅앱을 통해 지시를 내려 조직원들이 서로 정체를 모르도록 했다.

필로폰을 거래할 때에도 상대가 가지고 있는 지폐 일련번호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특히 A씨가 속해 있던 '죽련방'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현금만 사용하는 등의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이번에 압수한 필로폰량은 3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도별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국내 수사기관이 압수한 필로폰 양은 2015년도 56.6㎏, 2016년도 28.7㎏, 2017년도 30.5㎏이다.

경찰은 현재 대만·일본·태국 경찰 및 미국 마약단속청(DEA)와의 공조를 통해 대만인 2명, 일본인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경찰은 "경찰이 외국 마약 조직원들의 범행을 확인하면 국정원과 관세청이 국내외 정보망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며 "경찰의 수사력과 국정원·관세청의 정보력이 결합한 입체적 공조"였다고 자평했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