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산악인' 김창호 대장 히말라야서 잠들다
'영원한 산악인' 김창호 대장 히말라야서 잠들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10.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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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신아일보DB)
(자료사진=신아일보DB)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은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는 높은 곳만을 보고 왔다면 앞으로는 깊은 곳을 바라보겠다."

지난 2013년 5월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무산소로 등정한 김창호 대장은 그해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산악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며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악인으로서 대기록을 세운 베테랑이었지만 자신의 업적에 안주하지 않았던 김 대장은 결국 생의 마지막을 히말라야 8개 봉우리 중 7번째로 높은 다울라기리(8167m) 부근에서 맞이했다.

김 대장을 포함한 5명의 한국인과 네팔인 4명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산을 등반 중 해발 3500m 베이스캠프에서 눈폭풍에 따른 산사태에 휩쓸리면서 사망했다.

1988년 서울시립대 무역학과에 입학한 뒤 산악부에 들어가게 된 김 대장은 1989년 동계와 1992년 추계 일본 북알프스 원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2005년 7월 낭가파르바트(8156m)부터 2013년 5월 에베레스트(8848m)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산소통 없이 완등하며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네팔의 가장 높은 미등정봉인 '힘중'을 세계 최초로 등반해 클라이밍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상 아시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산소 등정에 집중했던 김 대장의 시선은 신루트 개척으로 향했다.

김 대장은 2017년 5~6월에 걸쳐 '2017 코리안 웨이 인도 원정대'를 꾸려 인도 히말라야 다람수라(6446m)'와 팝수라(6451m)에서 새 루트를 개척했다. 

김 대장은 최소한의 인원과 장비, 식량만으로 등정하는 '알파인 스타일'로 신루트를 개척했다. 준비 등반으로 7000m급 강가푸르나 서봉을 초등 직전까지 갔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아 '황금피켈상 심사위원 특별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의 도전은 지난달 또다시 신루트 개척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의 구르자히말(7천193m)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 대장을 포함한 5명의 한국인 원정대는 12일 밤 베이스캠프에 몰아닥친 눈폭풍에 휩쓸리면서 끝내 '영원한 산악인'으로 남고 말았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