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의 만연된 비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되자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치원 교비로 쓰여야 할 돈이 원장의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숙박업소 등에서 펑펑 사용됐다는 소식에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한탄이 쏟아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2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한 유치원은 유치원 회계에서 적립이 허용되지 않는 교직원 복지적립금 명목으로 설립자 개인계좌에 1억1800만원을 부당하게 적립하다가 적발됐다. 이 곳은 정확한 산출근거도 없이 원아 급식비를 7만원 정액으로 징수해 시정통보를 받기도 했다.
다른 유치원은 단순 정기적금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데도 설립자 명의로 총43회에 걸쳐 6000여만원의 만기환급형 보험에 가입했다. 교육업체와 손을 잡고 실제 공급가격보다 높은 대금을 지불했다가 그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총 10회에 걸쳐 1300만원을 편취한 곳도 있었다.
박 의원은 애초 요구한 자료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이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국정감사에서 추가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학부모들은 누굴 믿고 아이를 맡길지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드러난 것 말고도 다른 비리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지난 5일 박용진 의원실에서 개최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가 유치원측 집단행동에 욕설과 고성으로 파행진행 된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당시 토론회는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사립유치원을 비리단체로 매도했다’고 반발하면서 정상적 진행이 어려웠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측에 발언기회를 주겠다며 토론회 진행을 종용했지만 단상을 점거한 사립유치원장들의 계속된 항의로 결국 국회직원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발언자를 보호하면서 마무리됐다.
문제의 발단은 투명하지 못한 회계 관리 탓이다. 정부가 나서 공립·사립 구별 없이 일괄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하면 될 일이다. 사립유치원측은 ‘사유재산’ 운운하며 반발하지만 국가보조가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한 감사는 필수적이다.
학부모들은 하루 빨리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표준화된 감시체계를 요구한다. 정부의 돈이든 학부모가 낸 돈이든 어떻게 쓰이는 지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표준화된 감시 시스템은 유치원 선택에도 활용할 수 있다.
비리 유치원 몇 곳 때문에 전체가 매도당해선 안 되지만, 사립유치원 스스로 비리 근절을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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