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공모 교육청 입맛대로…전·현직 교장이 심사위원
교장 공모 교육청 입맛대로…전·현직 교장이 심사위원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8.10.1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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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육청 내부위원을 외부위원으로 둔갑시키기도

교장공모제의 외부 심사위원의 절반 이상이 전·현직 교장·교육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교장공모제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 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장공모제는 단순히 승진 임명이 아닌 승진후보자 명부에서 순위가 밀리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은 사람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실질적인 학교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하반기 교장공모를 시행한 초·중·고등학교는 163개교다. 공모유형은 초빙형이 92개교, 내부형이 67개교, 개방형이 4개교였다.

초빙형은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응모가 가능하다. 내부형 일부(B형)와 개방형은 교장자격증이 없더라도 일정 기간 교육경력 또는 학교 교육 과정과 관련된 기관 및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응모할 수 있다.

공모 심사는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학교별로 1차 심사위가 후보자를 3배수 이내로 추려 교육청에서 구성되는 2차 심사위에 통보하면 2차 심사위가 후보자 2명을 교육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후 교육감은 추천받은 후보자 중 1명을 교장으로 최종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2차 심사위가 교장을 직접 선출할 수 없지만 후보자 선출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종 후보자 2명을 직접 선출하기 때문에 특정인을 탈락시킬 수 있는 구조다. 이것이 교장공모제가 취지에 어긋나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차 심사위는 40~50%는 학부모, 10~30%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외부위원이 되도록 규정해 심사위원의 30~40%만 교원이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심사위 구성에는 외부인사가 50%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외부인사 인원 구성에는 다른 규제 사항은 없어 기존의 승진 임명 방식으로 교장이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지난달 1일 임용 공모교장을 선발한 17개 시·도 교육청 2차 심사위에는 총 475명이 위원으로 참석했다. 이 중 60%이상은 외부위원이었으며 교육관계 기관 근무자인 내부위원은 160명만 위촉돼 심사위원 구성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외부위원 가운데 41.6%가 전·현직 교육청 공무원이나 교장·교사출신인 점을 미뤄보면 외부위원을 구성해 공모교장제에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는 실패한 셈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공모과정에서 투명성을 더해 줄 학부모·지역주민 위원 배정은 100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하자 1차 심사와 2차 심사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서울 도봉초등학교와 오류중학교 교장공모 심사에선 1차 심사결과 1순위 후보가 2차 심사에서는 탈락하는 등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에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해 서울시교육청이 교장 임용을 취소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1차와 2차 심사 순위가 바뀐 곳은 총 13개교에 달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교육청은 심사위원의 내력소개 없이 단순히 내부위원인지 외부위원인지만 표기된 명단만 공개해 2차 심사위원 구성을 두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심사위원의 명단만 간략히 소개하면 외부위원이 실제 교육청과 관계없는 인물이 임명된 것인 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내부위원을 외부위원으로 눈속임한 사례가 빈번하다. 인천시교육청 산하 동부교육지원청이 같은 교육청 산하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외부위원으로 분류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전남도교육청에서는 전북도교육청 공무원을 외부인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교육청 관계자는 “심사위원의 자세한 내력 등이 담긴 명단이 알려지면 학부모 등 외부에서 항의가 많이 들어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hbj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