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성한 국감장, '돌발행동' 수위조절 해야
[기자수첩] 신성한 국감장, '돌발행동' 수위조절 해야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10.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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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기본적 책무 다해 달라”

2018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감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던진 말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첫날부터 문 대통령의 요청이 무색할 정도로 상식 이하의 돌발행동이 나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어린 벵갈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커다란 우리 안에 갇힌 채 국감장에 나온 고양이는 낯선 풍경과 수많은 사람들,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꼬리를 말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9월18일 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거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안 가져왔다”며 “자그만한 것을 한번 보시라고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대전동물원의 퓨마 ‘호롱이’가 탈출했다가 사살된 것을 두고 동물학대를 지적하기 위해 비슷해보이는 벵갈고양이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퓨마와 아무 관련도 없는 벵갈고양이를 우리에 가둬 국감장에 데려왔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퓨마를 고생시킬까 걱정하면서 벵갈고양이를 우리에 넣은 채 ‘한번 보시라’고 언급한 김 의원의 태도는 동물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 동물학대를 지적하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동물학대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꼴이다.

매년 국정감사마다 국회의원들의 돌발행동이 화제가 되곤 한다. 사안을 이슈화하거나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돌발행동은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의 신성한 의미를 훼손하는 저급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