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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화재 책임론 확산…'안전 불감증' 참사일까
저유소 화재 책임론 확산…'안전 불감증' 참사일까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8.10.12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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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인 구속영장에 들끓는 여론…"엄한 죄"
대한송유관공사 "안전관리 자문기구 구성 착수"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 합동 감식팀이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 합동 감식팀이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연히 떨어진 풍등 하나에 국가 중요 시설 하나가 통째로 불에 탄 ‘경기 고양 저유소 폭발 화재’를 둘러싼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일 CCTV 영상에서 휘발유 탱크 인근에 풍등이 떨어져 불이 붙은 것을 확인,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을 긴급 체포하고 다음날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300원짜리 풍등이 어떻게 첨단 설비를 뚫고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느냐",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엄한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라"는 지적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고양 저유소 화재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죄를 전가하지 마세요’ 등의 제목을 단 청원이 30건 이상 올라왔다.

결국 검찰은 폭발에 대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스리랑카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긴급체포됐던 스리랑카인은 48시간 만인 10일 오후 풀려났다.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스리랑카인이 도주할 수 없도록 출국금지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폭발화재를 둔 책임론이 급부상했고, 비난의 화살은 공사 측을 향했다.

풍등으로 인해 잔디밭에 불이 붙은 후 저유소 탱크 내에서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18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공사 측에선 화재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풍등은 오전 10시 36분께 탱크 주변에 떨어져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18분 후인 54분께 폭음을 듣고서야 화재를 인지했다.

당초 휘발유 탱크 외부에는 화재 감지 센서가 없기 때문에 특이 사항은 관제실 CCTV를 주시하거나 순찰로 파악해야 한다.

만약 18분 동안 근무자가 매뉴얼을 어기고 감시 감독 업무에 소홀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형사 입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송유관 측은 폭발 직전 관리 직원들의 행적과 책임 범위, 매뉴얼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고양 저유소 화재는 대한민국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참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경찰은 수사 전담팀을 확대 편성해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과실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경찰은 기존 고양경찰서 수사팀에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인력까지 더해 전담 수사팀을 꾸려 공사 측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팀은 우선 평소 감시 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CCTV가 처음 연기가 났던 지점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등을 먼저 파악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대한송유관공사에 대한 업무상 과실 혐의를 집중 조사한다. 저유소 시설에 안전 결함이 있었는지, 안전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을 파헤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불이 난 저유소의 시설물이 적법하게 설치, 운영됐는지와 평소 점검 등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대형 기름 탱크 옆에 잔디가 있었던 점과 유증 환기구의 외부 불씨 유입을 막을 수 있는 화염방지기가 없었던 점 등 부실공사의 가능성까지 살펴보기 위해 설계도면도 확보했다.

한편,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날부터 저유소 안전 점검을 위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관리 자문기구' 구성에 들어갔다.

안전관리 자문기구는 이번 저유소 화재와 관련해 탱크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 상황을 포함해 중장기 안전 마스터플랜과 구체적 운영방법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한송유관공사은 "이번 화재와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전점검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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