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간첩 혐의' 처형된 이수근씨, 49년만 무죄 확정
'위장간첩 혐의' 처형된 이수근씨, 49년만 무죄 확정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10.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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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결과 "공소사실 인정 어려워… 대공분실서 진술 강요"

과거 중앙정보부의 간첩 혐의 조작으로 처형된 이수근 씨가 4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씨의 재심에서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11일 밝혔다.

1969년 사형이 선고된 이씨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출신의 탈북민이었다. 사형된 해에 위조여권으로 홍콩에 출국한 뒤 캄보디아로 향하다가 기내에서 중정 요원에 체포됐다.

이후 위장 귀순해 북한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기밀을 수집하는 등 간첩 행위를 한 뒤 한국을 탈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당시 중정 수사관들이 이수근 씨 등을 불법 체포·감금하고 수사과정에서 물고문과 전기 고문 등 가혹 행위를 했다"며 "사실 확인도 없이 졸속으로 재판이 끝났고, 위장 귀순이라 볼 근거도 없다"고 발표하며 사건을 다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씨가 영장 없이 불법으로 구금됐고, 수사관들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당시 간첩이라면 필수적으로 소지했을 난수표 등 암호나 의미 있는 국가기밀을 소지하지 않았고, 당시 홍콩에 도착해서 충분히 북한 영사관 등으로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캄보디아로 향한 점 등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대공분실에서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말라"는 협박을 하는 등 진술을 강요받은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지령을 받기 위해 한국을 탈출했다기보다는, 처음 이씨가 진술했던 대로 너무 위장 간첩으로 자신을 몰아붙이자 중립국으로 가서 편히 지내며 저술 활동을 하려 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홍콩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위조여권을 행사하고, 미화를 환전하고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