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억 뇌물' 최경환 "돈 받은 건 맞지만, 뇌물은 아냐"
'국정원 1억 뇌물' 최경환 "돈 받은 건 맞지만, 뇌물은 아냐"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0.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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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항소심에서 "돈을 받은 건 맞지만, 뇌물은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최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의원의 변호인은 금품거래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던 1심에서의 입장을 뒤집고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최 의원은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정부청사에서, 그것도 비서실 직원이 지켜보는 집무실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겠냐"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날 변호인은 "1심에서 잘못된 판결이 나온 이유는 최 의원이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금품 지원받은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1심에서 최 의원이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 "(국정원 특활비는) 박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교감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지원받은 걸 인정하게 되면 거기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변호인은 "1억원의 용처에 관해서도 낱낱이 드러내면 정치 도의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 있어서 혼자 책임을 떠안고 가려고 부인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에까지 와서 그 자체를 그냥 숨기고 간다는 것 자체가 도리에도 안 맞고 설령 더 큰 비난이 있다 해도 사실관계를 밝히려고 한다"며 "왜 그 돈을 지원받게 됐는지, 왜 뇌물이 아닌지 적극적으로 변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은 이 돈이 국회 활동비로 지원받은 것이지 뇌물은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특활비 수수가) 어떤 논리와 법리에 의해 대가성·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 편성에 관여하고 있고, 돈을 받는 건 공정성이 의심되기에 뇌물로 봐야 한다는 막연한 추측성 근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1심이 최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도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너무 가볍다며 형량을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기재부 장관이자 중진 의원인 최 의원은 특활비를 받음으로써 직무에 관한 공정성,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최 의원은 잘못을 깊이 반성하긴커녕 범행을 부인하여 선처의 여지가 없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 측은 이날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기에 핵심 관련자인 이병기 전 국정원정 등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달 5일 오후 2시 2차 공판을 열어 증인신문 등 후속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한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특활비로 조성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