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 "'형제복지원' 수사축소 확인…국가가 사과해야"
검찰 과거사위 "'형제복지원' 수사축소 확인…국가가 사과해야"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8.10.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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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자 회복 필요"…특별법 제정 권고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국가가 피해자에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피해자에 사과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과거사위는 두 차례 사전조사로 본조사 대상 사건 15건을 선정해 대검 진상조사단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이 조사한 사건 중 하나가 1980년대 최악의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이었고, 조사 결과 이 사건이 수사 과정과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과거사위는 당시 수사 검사가 형제복지원의 인권 침해 행위 전반을 수사하려 했지만 지휘부의 방해로 박인근 원장의 공소사실이 축소된 점을 파악했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부산지검 등 검찰 지휘부는 확인된 보조금 횡령 금액을 낮게 조정해 공소장을 변경했고, 검찰 수뇌부의 지시로 박 전 원장에 대한 구형량도 20년에서 10년으로 줄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과거사위는 형제복지원의 위법한 수용과정 및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한 사실이 확인됐고, 그로 인해 형제복지원 본원에 대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가 확대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검찰이 당시 수사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리는 것은 물론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는 제도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검찰총장도 피해자들에게 과거의 과오를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부산 소재 해당 복지원이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은 인권 유린 사건이다.

복지원은 공식집계로만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장애인 등 3000명을 불법 감금했으며, 이 중 513명이 사망했다.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형제복지원의 실상은 1987년 당시 김용원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우연히 형제복지원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목격하면서 드러났다.

하지만 김 전 검사는 검찰 지휘부의 수사 방해와 정관계 고위층의 압력 탓에 축소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박 원장과 직원들을 일부 혐의로만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마저도 당시 대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박 원장의 강제수용과 감금이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거리를 배회하는 걸인이나 껌팔이, 앵벌이 등 부랑인들은 물론 노점상들까지 재판없이 강제로 붙잡아와 무기한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이다.

하지만 이를 다시 살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수사방해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