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늘부터 20일간의 일정으로 일제히 국정감사(國政監査)에 돌입한다. 국회 14개 상임위원회는 1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국감을 진행한다.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3개 상임위는 14개 상임위의 국감이 종료된 다음날인 30일부터 내달 7일까지 별도의 국감을 실시한다. 올해 17개 상임위는 총 753개 기관을 피감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상 기관 숫자가 보여주듯 방대한 기관들이 국정감사를 받아야할 처지다. 국정감사 때면 국회 상임위원들의 부름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국회의 복도를 가득 채웠던 증인들과 조력자들의 긴 대기행렬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 복도마다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의 위축을 막기 위해 기업인들의 증인 채택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는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국감의 증인대에 서야 하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여의치 않자 편법으로 사업권을 헐값에 매각해 국민의 혈세를 축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 편법으로 총수의 지분율을 확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재벌기업의 관계자, 하청업체를 폭력과 불법으로 탄압하고 일방적인 납품단가를 제시했다는 원성을 사고 있는 굴지의 재벌회사 관계자 등이 줄줄이 국감 증인대에 선다.
오랜 갈등 끝에 극적인 타결을 하고 한국에 남기로 했던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외국인 최고 경영자도 최근 한국 철수를 준비한다는 의혹에 대해 국감장에서 해명을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각종 갑질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식품업계 총수들도 국감의 증인대를 피하지 못했다. 각종 탈법과 방만 경영으로 국감장에 불려나오는 공공기관의 관계자들도 여럿이다.
이번 국감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받는 사실상 첫 국감인 만큼 공수가 바뀐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세에서 수세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민생경제를 위한 정부·여당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외교·안보 및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낱낱히 파헤치겠다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각종 비리와 특혜가 국정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드러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할 일이다. 더군다나 아무런 준비 없이 증인들만 잔뜩 불러내 밑도 끝도 없는 호통을 쳐대는 모습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국민들의 기대어린 시선이 지금 여의도로 쏠려 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바람직한 국정감사를 기대해본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