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흔히 한국경제 파탄의 뇌관이다. 이미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증가속도를 늦추고 장시간에 걸쳐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법만이 최선으로 꼽힌다.
최근 저소득층과 노인, 청년 등 취약계층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취약계층은 고용과 소득 측면에서 이미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금리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계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30·40대 취업자 수가 올해 들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30대와 40대 평균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만2000명 감소한 1227만1000명이었다.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고 있던 2009년 24만7000명 감소한 이후 최근 9년 사이에는 올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용과 소득이 보장되지 못하면서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오름세로 반전됐다. 사실상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6월말 전(全)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73%로 지난해 말의 0.64%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2016년보다 떨어졌던 연체율이 2018년 들어서면서 상승세로 곡선이 꺾였다는 게 심각성을 설명한다.
문제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신용이 취약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에서 두드러지게 늘었다는 점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6월과 올해 6월 연체율이 0.25%로 같았지만 같은 기간 보험은 0.49%에서 0.54%로, 상호금융은 1.38%에서 1.42%로 올랐다. 저신용자들이 집중되는 저축은행은 4.34%에서 4.80%로, 여신전문금융사는 3.33%에서 3.62%로 뛰었다. 상대적으로 경제형편이 좋지 않아 대출 조건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으로 내몰린 취약차주들이 한계점으로 내몰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시중은행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값의 60% 넘게 빌린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에서만 150조원 안팎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집값의 절반 이상을 은행 빚으로 갖고 있는 이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연체로 악화될 수 있는 고위험군이다.
‘고(高) LTV’로 분류되는 이같은 대출의 규모는 5년 만에 약 2.5배로 급증했다.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470조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고 LTV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2013년 10%대이던 게 2014년 25.3%, 2015년 34.7%, 2016년 35.9%, 2017년 32.5% 등으로 커졌다.
이런 상황은 가계부채로 인한 경고등인 취약차주들의 몰락을 의미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런 악영향이 전 금융권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비책을 내놓아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