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연체율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 ‘직격탄’
취약차주 연체율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 ‘직격탄’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10.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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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에 위험대출자도 불안… 외인 투자자 자금이탈도 걱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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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면서 ‘과다채무 보유자’와 ‘취약차주’들이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상승기에 들어섰고 여기에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집값의 60%를 넘게 빌린 위험대출자와 제2‧3금융권 이용자들이 연체율 늪에 빠질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에 이러한 현상은 지표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햇살론 연체율이 1년7개월 만에 3.7배 뛰었고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연체율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대부업을 이용한 60세 이상 은퇴 노년층은 연체율이 10%에 육박하기도 했다. 제2금융권과 대부업을 이용한 노인빈곤층 등 취약계층의 부실화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셀(Sell) 코리아’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75~2%에서 2~2.25%로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은행(1.50%)과 미국의 금리차는 최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양 국가간 금리차가 벌어지면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 미국에 투자하는 탈(脫)코리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주저앉게 되고 나아가 기업들의 투자위축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대란 위기감… 취약계층 부실률 일제히 상승

취약계층의 부실화 조짐은 오는 10일부터 돌입하는 2018 국정감사를 통해 그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7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값의 60%를 넘게 빌린 주택담보대출이 은행권에서만 150조원 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5년 만에 약 2.5배 증가한 규모다.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9조원에 달했다. 139조원은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은행 계정의 약 10%)을 제외한 금액이다. 만약 이를 합치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LTV 60% 초과분은 152조9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470조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금융위원회는 LTV가 60%를 넘으면 고(高) LTV로 분류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LTV 60% 초과 대출은 ‘고 LTV’로 보고 위험가중치를 최대 2배로 높인다. 은행의 자기자본을 더 쌓으라는 얘기다. 특히 고 LTV 대출 152조원 가운데 LTV가 70%를 넘는 대출도 16조원에 달했다.

제윤경 의원은 “LTV는 경기부양 수단이 아닌 금융규제 수단”이라며 “금융당국은 LTV뿐 아니라 총체적인상환능력비율(DSR)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업 연체율 큰 폭 상승… 서민금융 지원 대책 재논의 지적도

제2금융권과 취약계층 부실률은 더 심각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은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저소득층과 노인, 청년 등 취약계층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의하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73%로 지난해 말(0.64%)보다 0.09%포인트,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0.70%)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걱정되는 점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과 대부업에서 연체율이 더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각각 0.25%로 같았지만 같은 기간 보험은 0.49%에서 0.54%, 상호금융은 1.38%에서 1.42%로 각각 뛰었다. 저신용자들이 집중되는 저축은행은 4.34%에서 4.80%로, 여신전문금융사는 3.33에서 3.62%로 상승했다.

대부업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기준 대부업 상위 20개사의 연체율은 6.3%로 지난해 말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60세 이상 남성 연체율이 무려 9.8%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6.2%였던 연체율이 3.6%포인트 오른 것이다. 대부업 대출 규모는 10조504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 이상 고금리 대출액은 8조8955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84.6%를 차지했다.

서민층이 이용하는 햇살론 등 정부지원정책 상품도 연체율에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태규 의원이 금감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햇살론의 연체율(대위변제율)은 7월 말 현재 8.10%에 달했다. 이는 올 상반기 저축은행 연체율(4.5%)의 두 배에 달한다. 연체금액은 지난해 말 372억원에서 7월 말 현재 4891억원으로 13.1배 급증했다.

연체건수는 급격히 올랐다. 연체건수는 2016년 말 5201건에서 지난해 말 3만2825건으로 뛰어오르더니 7월 말 6만684건으로 급증했다. 이 외에 미소금융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3.9%에서 올 7월 말 4.6%로 0.7%포인트 상승했고 새희망홀씨 대출은 같은 기간 2.3%에서 2.5%로 0.2%포인트 올랐다.

이태규 의원은 “서민금융 채무액이 급증하는 것은 고용악화와 경기침체 등에 따른 민생경제‧서민가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경제 회생 대책과 함께 가계 부담의 고통을 덜어주는 서민금융 지원방안의 새로운 고민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