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점이 넉넉히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10여 년간 이어져 온 '다스는 실소유주 논란'이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마침표를 찍히는 모습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둘러싼 실소유주 논란은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후보이자 서울 시장이었던 이 전 대통령이 ‘BBK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일었고 다스의 실소유주로 지목됐다.
BBK 사건은 재미사업가였던 김경준이 한국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384억에 달하는 돈을 횡령했던 사건이다.
만약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였다는 점이 확인됐다면 재산을 숨긴 비위 등으로 인해 대통령 당선마저 무효가 됐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그게 정말 네거티브다"면서 해당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후 2007년과 2008년 진행된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 대표 장모씨가 직권남용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하면서 실소유주 논란이 재점화 됐다.
옵셔널벤처스는 경준의 대대적인 주가조작과 384억 원 횡령이 벌어진 BBK의 후신이다. 이 회사는 BBK 사건으로 상장폐지 후 새로운 경영진을 꾸려 옵셔널캐피탈로 개명했다.
장씨는 고발장에서 "이 전 대통령 등이 2011년 BBK 투자자문대표 김경준씨를 압박해 옵셔널캐피탈 측이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올해 1월부터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다스는 MB것'이라는 10여년 전과는 다른 결론을 내놨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에는 이 전 대통령의 옛 측근들의 진술도 과거와 전혀 달랐던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관리본부장 등 다스 설립과 운영을 도운 인물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를 설립해 경영했었다는 진술을 내놨다.
김 전 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강경호 전 사장 역시 "다스를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생각한다. 아들 이시형씨는 실권자였다"고 진술했다.
측근들이 2007∼2008년 당시 검찰과 특검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일관되게 내놓으며 실체 규명에 협조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족들도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털어놨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도곡동 땅 매각대금을 이 전 대통령 것으로 지목했고, 이 전 대통령 처남의 부인인 권영미 전 홍은프레닝 대표이사는 자신이 재산관리인이라고 시인했다.
설득력 있는 진술들을 잇따라 검찰이 확보하자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발부해 주면서 검찰의 실체 규명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과거에 확보하지 못했던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 서류 등 결정적 물증까지 확보하면서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따라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설립한 뒤 측근들을 끌어들여 회사 전반 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회사를 운영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운영된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선거 등 돈이 필요할 때 마다 돈을 대어주는 '비밀금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검찰은 추측했다.
재판부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모든 정황을 종합할 때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국민적 의혹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