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담보 잡히고 경영권은 그대로…피해는 소액주주가?
주식 담보 잡히고 경영권은 그대로…피해는 소액주주가?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10.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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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 그룹 오너일가, 담보잡힌 주식 11조7437억원 규모
현대重·두산 계열사 주식 담보 비중 90% 이상
주식 담보 비중 ‘자녀 세대’ 높아…경영권 승계·증여 목적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총수가 있는 국내 주요 그룹들이 담보로 잡힌 주식 금액만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중 지난 9월 말 현재 상장 계열사를 보유한 92개 그룹 오너일가 679명의 담보제공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절반이 넘는 51개 그룹 오너일가 178명이 11조7437억원 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잡혔다. 

무려 오너 일가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셈으로 100대 그룹 오너일가 지분가치 114조4635억 원의 10.3%에 달하며 전년 대비 0.2%p 증가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한진중공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비중이 95.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두산이 93.6%로 뒤를 이었고 △아이에스동서(87.9%) △금호석유화학(84.3%) △DB(71.2%) △현대(69.2%) △효성(56.5%) △유진(56.1%) △한진(53.9%) 등의 순이었다. 

개인별로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허동섭 한일시멘트 회장의 자녀인 서연·서희 씨가 보유주식 100%를 담보로 잡혔다.

특히 이 가운데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99.98%)을 비롯한 두산가(家)가 14명에 달해 주식담보 비중 90%이상 오너일가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주식담보 비중을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로 나눠 보면 자녀 세대가 12.1%로 부모 세대(9.4%)보다 2.7%p나 높아 경영권 승계나 증여를 위한 자금 마련이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 세대가 증여받은 지분에 대해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기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은 것.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담보 대출은 오너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