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인가 예산 정보 무단유출 논란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무차별 폭로와 맞고발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초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보좌관 3명이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에 접속해 청와대 등 정부기관의 행정정보 100만건 이상의 자료를 빼냈다. 심 의원은 이중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유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과 보좌진을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심 의원도 김 부총리를 포함한 기재부 관계자를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심재철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면 충돌했다. 심 의원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서 자료를 열람했다”면서 기재부의 정보 관리 실패를 다그친 반면 김 부총리는 “불법 입수자료는 반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지원사격에 나서 한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예산정보 유출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 강행 등과 맞물려 여야 대치가 심화되면서 2018년 정기국회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4일 열리는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강경 대치는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 등 당분간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처럼 비화된 것은 정부와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폭로와 해명을 반복하면서 결국 소모적인 논쟁으로 끌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이 정부의 예산을 점검하고 감시하는 일은 정당하지만 비공개 정보가 포함된 점으로 봤을 때 국민을 위해 공익적으로 적절했는지 검토했어야 했다.
여당의 국가기밀 탈취로 보는 시각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투명한 예산 집행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도 사용 내역에 대해 명확히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일부 공개된 업무추진비 등 정보유출이 여러 모로 부적절한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비인가 중요 정보를 어떻게 열람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심 의원측이 이번에 처음 들어갔지만 다른 사람들도 몇가지 간단한 키보드 조작만으로 국가 예산 시스템을 불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정부 기관이 행정정보를 소홀히 다뤘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의 입수 과정에서 정말 시스템이 뚫린 것인지, 아니면 불법 취득인지 여부를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야 한다. 이와함께 정부의 재정정보 보안시스템에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