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3개월…건설업, 비용·인력관리 어려움
근로시간 단축 3개월…건설업, 비용·인력관리 어려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10.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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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발주처 간 공사기간 산정 지침 불명확
근로자, 임금 감소 피해 제도 미적용 현장으로
서울시 중구의 한 빌딩 공사 현장.(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중구의 한 빌딩 공사 현장.(사진=신아일보DB)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건설현장은 여전히 바뀐 제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와 발주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사기간 및 공사비 산정에 난항을 겪고 있고, 근로자들은 임금 감소를 피해 제도 미적용 현장으로 떠나기도 했다.

3일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나타난 5가지 이슈'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 시행 후 나타난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공개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지난 7월1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약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12개 대형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제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공사 비용 산정의 불명확함을 비롯해 △관리인원 공백 △근로자 관리 혼란 △탄력근로시간제 실효성 부족 △해외사업 어려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공사 비용 산정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시공사와 발주기관 간 공사 기간 및 공사비를 변경하는 과정이 원활치 못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지침'을 발표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장 비용 산정 기준 및 발주 예정 공사에 대한 명확한 처리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관리자가 현장에 없는 시간이 늘어간 것도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숙련공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잦은 인원 교대로 품질 저하 및 안전관리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현장 미경험자 및 외국인 근로자 유입 증가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현장 내에서 업체 간 근로시간이 달라 근로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능인력의 임금이 감소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지 않은 현장으로 이직하는 근로자가 증가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취업 규칙에 의해 2주 단위 또는 노사 간 합의에 따라 3개월 단위로 운용할 수 있는 탄력근로시간제의 실효성 문제도 대두됐다. 건설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현장의 경우 현지 건설업체와 근무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고, 건설 근로자들이 해외 현장 파견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건설현장에 나타난 주요 애로사항.(자료=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건설현장에 나타난 주요 애로사항.(자료=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

최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업계와 노동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 처벌을 6개월간 유예했지만, 이와 별개로 산업 일선에서는 애로사항과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산업에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 기간 및 공사비 증액 관련 세부 지침 마련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숙련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