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체 없이 사라진 '무정차 고속열차 계획'
[단독] 실체 없이 사라진 '무정차 고속열차 계획'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0.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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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기본계획 포함·삭제 과정에 근거자료 전무
절차 무시한 국토부 비상식적 의사결정 '국감행'
지난해 3월8일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관련 연합뉴스TV 뉴스 보도 중 일부.(자료=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쳐)
지난해 3월8일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관련 연합뉴스TV 뉴스 보도 중 일부.(자료=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쳐)

국토부가 지난해 공약한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과정에서 관련 근거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중·장기 철도계획에 담을 정도로 중대한 사업의 의사결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국토부의 정책추진 행태는 올해 국감에서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1일 본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총 3차례 회의를 통해 '서울~부산 간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표면적으로 당시 회의는 서울~부산 간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방안을 찾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무정차 계획 중단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을 만드는 과정이 돼 버렸다.

국토부는 회의 안건으로 무정차 열차 운행시간대와 무정차 운행에 따른 소요시간 등을 다뤘다면서도 이에 대한 논의 결과를 정리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계획을 구체화 하기 위한 실무회의에서 회의 결과를 전혀 자료화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정차 열차 도입은 5년 단위 국가 중·장기 철도기본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 중 하나였지만, 최초 발표부터 중단에 이르는 과정 전반은 상식 밖이었다.

국토부가 지난해 2월1일 배포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확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을 통한 고속철 운행시간 단축'이 비중있게 언급돼 있다.(자료=국토부)
국토부가 지난해 2월1일 배포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확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을 통한 고속철 운행시간 단축'이 비중있게 언급돼 있다.(자료=국토부)

우선, 국토부는 지난해 2월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이하 철도기본계획)에 무정차 열차 계획을 담으면서 관련 연구용역과 수요분석을 일체 하지 않았다.

당시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신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SRT 개통 후 코레일의 수익성이 예전보다 더 줄었다"며 무정차 열차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같은해 3월 선로배분기본계획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무정차 열차 도입을 확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던 국토부는 불과 몇 개월 후 몇 차례 회의를 통해 180도 입장을 바꿔 무정차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에 이른다.

결국 국토부는 무정차 열차 도입을 취소하는 것으로 철도기본계획 내용을 수정했지만, 이에 대한 근거자료를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수정 내용을 국민에게 고시해야 할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국가 철도산업발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 특별한 검증 절차 없이 철도당국자들 손바닥 안에서 만들어졌다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다분히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무정차 고속열차 도입 추진과 취소 과정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철도분야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박재호 의원은 "국토부는 국민적 관심이 대단히 큰 철도사업을 추진하고 무산시키는 과정에서 관련 근거 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고, 국민적 이해도 구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행태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6월2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철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6월2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철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철도기본계획 수정 내용을 건건이 고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사업이 변경될 때마다 기본계획 수정안에 대해 고시하는 것은 행정적 어려움이 있다"며 "무정차 KTX 도입 사업의 경우 별도로 고시할 필요가 없는 예외사항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달 10일 '서울~부산 무정차 고속열차 무산…졸속정책의 끝' 단독 기사를 통해 무정차 고속열차 계획이 안전과 선로용량, 수익성 등의 벽에 부딪혀 무산된 사실을 최초 보도한 바 있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