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수사 2차피해 막는다… 경찰, '표준조사모델' 개발
성폭력 수사 2차피해 막는다… 경찰, '표준조사모델' 개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9.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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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성폭력범죄 수사 과정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표준조사 모델’을 개발했다.

경찰청은 10월22일부터 12월21일까지 전국 8개 경찰서에서 개발한 '성폭력피해자 표준조사모델'을 시범운영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조사모델은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수사 단계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조사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일선 성폭력수사관, 정신의학 전문의, 심리학자, 성폭력상담소 관계자 등 17명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TF는 △피해자 진술조사 △성폭력범죄 피해자 특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자료 △미국·영국 등의 성폭력 범죄수사 가이드라인을 분석해서 조사모델을 마련했다.

표준조사모델은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 확보 △성폭력 피해자의 '성폭력 트라우마' 이해 △2차 피해 사례 분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조사모델은 피해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경우가 많은 성폭력범죄 특성상 신빙성 있는 진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당시 공포로 중요한 범행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하는 등 '피해자다움'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점도 명시했다.

아울러 기억이 불완전하거나 태도가 소극적인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뢰관계(라포)를 형성한 뒤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등의 기법도 제시했다.

이외에 2차 피해 사례를 유형화해 각 사례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과 특성을 분석, 방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신고 출동부터 피해 조사까지 즉시 적용 가능한 단계별 시나리오도 작성했다.

경찰은 12월21일까지 2개월간 전국 8개 경찰서에서 조사모델을 시범운용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1월께 최종안을 마련하고,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표준조사 모델 개발을 계기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체계적 대응이 가능해져 경찰 수사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앞으로 아동·청소년 등 다른 영역의 모델 개발도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