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를 적용, 대외 불공정 통상 관행을 들어 중국에 대한 고세율 관세부과의 포화를 쏴 올렸다.
지난 5월에 열린 미중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6월에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중국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같은 규모의 관세를 미국 수입입품에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미중 무역전쟁은 전면전에 돌입해 미국이 재보복을 실행에 옮기며 지난 24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10%, 내년부터는 25%의 관세를 적용해 부과하기로 발표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267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어깃장을 놨다. 미국이 보낸 관세 추석선물에 중국은 거의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나오는 격이며, 수뇌부의 반응에는 결사항전의 태세가 엿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 스스로를 의지하게 할 것이며,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립을 통한 발전을 이끌게 할 것’이라며 미국의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국은 지난 24일 무역 백서를 발간해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중국의 행보를 보며 세간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최근 자주 인용되는 것 중 하나는 중국 길림성 경제대학원장인 리샤오 교수가 지난 6월 졸업생 축사에서 밝힌 시각이다. 그는 미중의 통상교역의 규모로 이미 관세전쟁에서는 미국의 보복관세를 중국이 이길 수 없으며, 상품-달러 순환, 석유-달러 결제, 미국 대외 채무 달러 책정 체제 등 미국이 세계를 컨트롤하는 ‘달러시스템’의 지위우월성을 들어 중국은 ‘새로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 볼 것은 미국이 경제전쟁을 통해 중국을 지적재산권, 기술, 타국의 자원을 침탈하는 국가로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또한 개방이후 중국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자부심에 빠지고 우쭐함이 뒤따랐다며, 미국에 대한 체계적 연구에 소홀한 결과 잘못된 판단을 했고, 미국이 세계를 통제하는 패권 방식과 시스템에 대한 연구 부족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일종의 중국 내부에서 나온, 그것도 자국의 저명한 경제석학이 내놓은 자성의 목소리인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건만 우리는 G2의 패권다툼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미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일본에게 ‘잃어버린 20년’이란 쓴맛을 보게 한 바 있다.
한때 세계 경제의 패권이 중국을 위시한 아시국가에 넘어왔다는 오리엔탈 경제 주도론이 대세였던 적이 있고 실제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몰고 올 장기적 여파는 분명 신흥국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세계경제의 재판이 짜여지는 시점에 우리도 다방면의 자성과 자각이 필요 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남북교류의 훈풍을 최대한 경제적 이득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는 동시에 무역, 통화, 기술 등에 대한 중장기 플랜을 만들어갈 씽크탱크와 컨트롤타워를 하루빨리 가동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통합과 정치적 안정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계의 의지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