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3박5일간의 방미일정은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사흘 만에 다시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 문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의 비핵화협상 재개에 필수적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해 내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진정성 있게 호소했다는 평가다.
24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의 비핵화협상을 진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렸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을 이끌어냈다. 이로서 남북미 정상들의 연쇄회동으로 연내 종전선언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게 됐다.
25일에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언론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은 남북미가 종전선언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메시지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도 제시했다.
귀국직전에 가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담할 차례라는 것을 강조하고, 북한이 항구적 평화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야 하며 유엔 회원국 모두 평화정착의 여정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추상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경제적 번영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미국외교협회 등이 주최한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남북경협이 본격화하고 동북아경제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에서 잘 못 풀은 한일관계도 바로잡는 계기를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25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됐던 화해 치유 재단의 해산을 사실상 통보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정부가 체결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켜줄 것을 재차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한일 간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와 치유 재단이 제 기능을 발휘할 가능성이 없다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화해 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 높은 현실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최근 비핵화나 일본 위안부 등 얽히고설킨 국제 문제를 풀어내는 문 대통령의 외교 능력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 중에 단연 으뜸으로 보인다. 평가된다. 그동안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위축됐던 한국 외교가 당당하게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