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는 양치기소년의 교훈을 기억하길
[기자수첩] 국토부는 양치기소년의 교훈을 기억하길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9.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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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거짓말은 결정적 순간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요즘 국토부를 보면 양치기소년의 교훈이 떠오른다.

정권이 바뀌었다거나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며 국민과 한 약속을 소리소문없이 저버리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기자의 손에 잡힌 것만 세 건이다.

우선, 서울~부산 이동시간을 1시간30분까지 단축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시속 400km급 고속열차 '해무' 상용화 사업이 정권 교체와 함께 중단됐다. 서울~부산 간 무정차 KTX를 운행하겠다던 계획은 사전 타당성 검토 부실로 없던 일이 돼버렸다.

또,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 상금까지 내걸며 추진했던 '공공임대주택 새 이름 짓기'는 집값 잡기에 밀려 흐지부지돼 버렸다. 지난 6월 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하겠다던 국토부는 최근 현안이 많다는 이유로 아직 최종 심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방치됐다.

중·장기적 국정과제로 수립된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과 이번 정부의 역점 공약인 '주거복지 로드맵'에 포함된 사업들이 이런 저런 핑계와 함께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토부는 국민들에게 금방이라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처럼 홍보에만 급급할 뿐 정작 이를 실현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이 틀어질 경우 충분한 설명 없이 슬쩍 발을 빼버리는 안일한 태도다. 국토부의 이런 행태는 스스로를 양치기소년으로 전락시킴과 동시에 정책 신뢰도를 급격히 추락시켜 국민 불신의 부작용을 낳게 한다.

정권이 바뀌든 집값이 오르든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들은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내뱉고 인기몰이를 하려다 뒷수습 없이 끝내는 행태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세간에 "제멋대로 뛰는 부동산을 잡지 못하면 이 정권도 끝이다"는 말이 돌 정도로 국토부의 어깨가 가볍지 않은 상황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결국 모든 정책의 핵심 동력은 '국민의 믿음과 지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