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에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갔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어깨가 더 무거워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 유엔 총회 연설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문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북한은 보다 빠르게 비핵화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선언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북한이 핵 폐기 조치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이제는 방법과 시기만 남은 셈이다.특히 오는 29일 예정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 방안 등을 설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 용기에 감사하다"며 "전쟁의 망령을 평화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북미협상 재개를 공식 확인한 것으로, 무엇보다 북미 2차 정상회담 조기개최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그대로 유지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며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했기 때문에 아직도 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은 남아 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성과가 있다는 발언을“기이한 주장”이라며 유엔과 전 세계 최고위 외교관들이 비웃었다고 밝히며, 북한이‘여러 고무적인 조치들’을 취했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며 아직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직시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도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구체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시적 도발 중단에도 군사 위협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이 핵 물질 생산, 저장, 운반 수단 등을 중단하고 폐기시키는 전략을 명확히 마련할 때까지는 핵 위협은 지금도 상존하고 있다. 또한 근본적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방식과 일정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핵보유 리스트 공개, 핵 사찰 범위, 핵확산금지조약(NPT)가입 등 구체적 절차와 시간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북한이 비핵화 확약보다는 좀더 선제적인 조치를 먼저 내놔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는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
[신아일보]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