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임대 이름 짓기 무기한 연기
[단독] 공공임대 이름 짓기 무기한 연기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9.2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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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부재 등 황당 이유로 결과발표 시기 불투명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 집값 잡기에 밀려 찬밥신세
지난 2016년3월10일 '행복주택, 인식 개선 필요'를 주제로 방영된 TBS 보도 중 일부. 행복주택은 공공주택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자료=TBS 방송화면 캡쳐)
지난 2016년3월10일 '행복주택, 인식 개선 필요'를 주제로 방영된 TBS 보도 중 일부. 행복주택은 공공주택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자료=TBS 방송화면 캡쳐)

국토부가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추진한 '공공임대주택 네이밍 공모전'이 대국민 사기공모로 전락했다. 담당자가 없다거나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선작 발표가 4개월 가까이 미뤄진 것도 모자라 정확한 발표일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몰두하는 동안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 정책은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 국토부 "우선순위 낮아 신경 못 쓴다"

27일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추진한 '공공임대주택 네이밍 공모전'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지난 6월 당선작을 발표하겠다던 국토부와 LH는 4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당선작 발표는커녕 공모작 심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 실무자가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은 담당자가 없는 상태"라며 "(공모전은) 현안이 아니다 보니 밀리고 있고, 발표가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닌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공공임대주택 이름 짓기를 뒤로 미뤄뒀다는 얘기다.

반면, 공모전 운영 실무를 맡은 LH는 공모전이 가지는 중요성이 커서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LH 공모전 운영사무국 관계자는 "(공모전의) 중요도가 높고 금액이 크다 보니 원래 한 번만 심사하려고 했는데, 국토부가 신중모드로 돌아서면서 계속 시간이 늦어졌다"며 "이 와중에 (국토부) 담당자가 바뀌고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다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중요도가 높다는 것을 이유로 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약속된 일정을 미루고 있는 동안 공모전에 참여한 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LH 운영사무국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하루에 2~3건씩 (공모전 결과 발표가) 언제 되는 거냐는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면서도 "우리 쪽에서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어 지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대답밖에 못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당선작 발표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네이밍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http://public.myhome.go.kr)에는 "조만간 수상 대상자를 발표하겠다"는 내용의 '심사지연 양해문'이 걸려있지만, 이 마저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 여러 부동산 현안이 많아서 10월이나 11월쯤 발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집값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만큼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9일 서울시 강남구 더스마티움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공공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천동환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29일 서울시 강남구 더스마티움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공공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천동환 기자)

◇ 당당한 공공주택은 어디로?

"자신있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세요"라는 표어를 내건 이번 공모전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공공임대주택을 대표할 친근하고 의미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기획됐다.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길잡이라 할 수 있는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공모전을 통해 정해질 공공임대주택의 새 이름은 앞으로 문 정부 주거복지정책의 간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 네이밍 공모전의 정책적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국토부 또한 사상 최대 규모 상금을 내걸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용마루상 1개와 대들보상 1개 등 총 12개 당선작에는 총 2350만원의 상금이 책정됐으며, 청년 당선자에게는 LH 청년인턴 채용 기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그 결과 공모작 접수 마감일까지 국민 5868명이 총 1만2747건의 작품을 제출한 상태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집으로 고통받는 청년과 신혼부부, 어르신의 사례를 들며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은 누군가에게는 출발점이, 누군가에게는 경유지가,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주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모든 단계에서 당당함과 꿈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의 당당한 새 이름을 선물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집값 잡기에 밀리고, 담당자 부재중이라는 황당한 이유 속에 찬밥신세가 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네이밍 공모전 홈페이지에 게시된 심사지연 양해문.(자료=공모전 홈페이지 캡쳐)
공공임대주택 네이밍 공모전 홈페이지에 게시된 심사지연 양해문.(자료=공모전 홈페이지 캡쳐)

[신아일보]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