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링컨 ‘포용의 리더쉽’
오바마·링컨 ‘포용의 리더쉽’
  • 오 세 열
  • 승인 2008.12.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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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으레 그렇지만 민주당후보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의 공격은 가혹했다.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의 경험부족을 대놓고 성토했다.

변호사이자 퍼스트레이디 8년 뉴욕주 상원등 힐러리의 경력에 비추어볼 때 상원의원 몇 년 한 오바마는 애송이였다.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선두주자는 뉴욕주 상원의원이던 슈어드였다.

슈어드는 링컨을 촌놈 취급했다.

힐러리가 역전패한 것처럼 그 역시 전당대회에서 4차 표결 끝에 링컨에게 역전패 했다.

링컨은 본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슈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그는 장차 라이벌들을 내각에 대거 기용했다.

한마디로 탕평 인사이다.

‘초당적 국정 운영’을 강조 해온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조각 구상이 무르익고 있는데 그가 ‘적을 끌어안은 링컨식 리더쉽’을 발휘할지에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2004년 7월 정치라곤 주 상원의원 경험뿐이던 43세의 오바마가 민주당 존 존케리 대선후보 출정식(전당대회)에서 분위기 띄우기 연설을하는 행운을 얻었다.

당시 타임지가 ‘녹아웃(KO)연설’이라고 칭찬한 16분짜리 연설은 4년 4개월 뒤 ‘미합중국 대통령 오바마’를 낳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은 하나’라는 단호한 메시지가 미국민을 감동 시켰다.

‘흑인도 백인도 라틴계도 아시아계도 우리 모두는 성조기에 충성을 맹세하고 미합중국을 지키는 하나의 국민입니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냉소의 정치가 아니라 희망의 정치에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그의 연설은 핏발을 세우고 악을 썼다.

이번 역사적인 44대 대통령 연설에서 그는 ‘어떤 것으로도 깰 수 없는 단결’을 주문했다.

‘오랜 세월 우리 정치를 탈락시킨 당파주의 편협성 등을 다함께 배격 합시다 우리가 올라가야할 산은 가파름이다.

세계를 분열시키는 사람들은 나는 그들을 패배 시킬 것 입니다’ 오바마의 승리는 국민 통합에 대한 일관된 신념, 그리고 행동으로 입증한 진정성의 산물이라고 할 만 하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를 이에 비유하는 말들이 오가고 차기 한국대선에 오바마 리더쉽이 미칠 영향도 크다고 본다.

우리는 아직도 미국처럼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자라날 성숙도가 부족한 것이다.

우리의 짧은 민주주의 발전사를 살펴 보아도 고난과 역경 속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지만 악질적 정치발전 저해구조인 남북 분단, 지역주의로 갈라진 정치지형, 빈부 격차로 인한 계층간 불신, 전통적 당쟁 정치의 유산 그리고 타협점이 없이 보이는 좌우 이념적 갈등으로 인해 신뢰의 정치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야 200여년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면서 상생의 정치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보편적 원리는 알지만 몸속에 체화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바마의 리더쉽이 부러운 이유는 지금 당장 우리에게 그러한 리더쉽을 보이는 지도자가 없어서만이 아니다.

앞으로 얼마동안 그런 리더쉽을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 기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난국에 처해 있을 때 여야와 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난국을 극복할 비전과 용기를 가져야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선 통합 협력 상생의 자세를 발견하기도 어려운 가운데 군웅할거와 책임회피에 무사안일까지 겹친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같은 느낌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진정한 위기는 증시 하락이다.

환율 상승이 아니라 우리의 제한된 잠재력을 스스로 낭비하는 정치권 무능과 정부 난맥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온 세계가 금융 위기와 디플레이션 공포로 필사적인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몸부림치는데 우리 국회는 한가롭게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은 종부세에 매달려 있다 .정기국회는 새해 예산안을 상임위원회 심의도 마치지 못했고 각종 법률안은 소모적 전쟁 속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당정간 손발도 안 맞는다.

여권 내부 불협화음도 심각하다.

이명박 박근혜간 갈등이 사라지지도 않고 있다.

‘여당은 여당인데 집권 여당은 아니다’와 같은 자조의 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보여주는 것처럼 친박 인사들을 품안으로 끌어들여 명실상부하게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아야한다.

민주주의는 다중적 의사를 통한 변화를 강조 하는 반면 리더쉽으로 대중의 의견으로부터 일정 정도 독립된 지도자의판단을 중시 한다.

이러한 역설적인 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바로 통합의 정치력이다.

차이에서 비롯된 무관심과 분열은 관심과 통합으로 전환 시키는 능력, 자기와 다른 사람을 포용 할 수 있는 용기가 민주주의 리더쉽의 핵심이다.

오바마의 정치적 실험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