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혁명은 제조업에서부터 시작됐다. 세계 금융위기가 지난 후 미국과 독일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분야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신흥 경제 강국인 중국과의 인건비 격차 축소 및 제품 운송비용 상승, 국내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의 요인으로 해외 생산에 따른 비용 절감의 효과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는 제품 생산 주기의 단축을 초래했고,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졌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제조업 회귀 현상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건설산업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수십 년간 기존의 건설산업 분야는 저조한 생산성을 보였고, IT 부분 투자액도 전체 산업과 비교하면 하위권에 속했다. 이는 생산연령인구의 부족 및 고령화 문제와 결부돼, 건설산업의 전반에 걸쳐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 산업 분야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에 발맞춰 건설 공사의 스마트화·무인화·자동화 등과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신시장을 개척할 시기에 와 있다.
정부는 제6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까지 건설현장 노동생산성을 40%까지 높이고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30%까지 줄이는 중장기 계획이 추진될 예정이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3차원 설계 기술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하는 것과 VR·AR(가상현실·증강현실기술)을 통해 가상 시공을 하는 것, 3D 프린터를 활용해 공장에서 실질적으로 제작하는 것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인공지능 적극 활용한 설계·시공·유지관리의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활발한 움직임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스마트 건설에 대해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건설은 건설사업의 기획과 설계, 조달, 시공 및 유지관리의 전 과정을 △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과 융합해, 공기단축과 비용 절감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시설물을 구축하는 지능화 기술을 의미한다.
스마트 건설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과 미국이다. 먼저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건설 산업계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 산업의 자동화·무인화 기술에 중점적으로 투자했다. 같은 맥락에서 2013년에는 정보화 시공 추진 전략, 2015년에는 로봇 신전략을 수립해 첨단 융·복합 건설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2025년까지 건설현장의 생산성 20% 향상을 목표로 건설 프로세스 전주기에 ICT 기술을 활용한 I-Construction을 추진할 예정에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건설산업의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National Construction Goals 운동은 8개 분야에 10년간 총 70억달러 규모 예산 중 건설 자동화 분야에만 12억 달러를 투입해 산업 부흥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민간에서도 건설자재 제작 효율화를 위해 자재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건설 현장의 효율성 및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BIM Data를 스마트 헬멧에 탑재해 실시간으로 건설정보를 수집·표출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는 건설 생산성과 안전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우리나라는 국가 연구개발을 통해 건설기계의 지능화와 자율화를 이루고자 했다. 국가연구개발의 일환으로 단순·반복적인 사면절토 작업이 가능한 무인 굴삭기를 개발해 오는 2019년까지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토공작업 장비 간 이동간섭을 최소화해 작업효율을 높이는 ICT를 활용한 건설장비 관제를 위한 기술개발도 수행해왔다. 또,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교량하부를 점검하는 드론을 활용한 교량진단 기술을 개발해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건설 분야는 미국에 비교해 약 41%로 낮게 평가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은 건설산업의 새로운 기회이자 돌파구다. 현재까지 선진국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축적해온 건설 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마트 첨단 기술을 융합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 건설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 설계·시공·유지관리 등 공정별로 자동화 요소를 자세히 분석하고 건설체계부터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공백 또는 미성숙 분야의 파악이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업현장 밀착형 기술 개발을 위해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의 전문 관할 영역을 구분함과 동시에 협력 체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BIM·VR·AR·3D Printer 등을 건설산업 맞춤형 기술로 개발하고 활용함으로써, 생산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