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벌 사금고화 불씨 남은 인터넷은행법
[기자수첩] 재벌 사금고화 불씨 남은 인터넷은행법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9.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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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회는 인터넷은행법을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법안과 함께 일괄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재벌 사금고화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국회가 합의한 인터넷은행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을 현행 4%에서 34%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은산분리 완화대상을 법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영향과 정보통신업 자산비중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재벌은행을 막는 최후의 보루가 법이 아닌 행정부 소관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벌은행 금지 자체를 인터넷은행법에 명시하지 않은 것아 향후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출 가능성까지 열어줬다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를 완화해 기존의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의 경영활동에 숨통을 띄어주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모든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됐다.

무엇보다 재벌에 대한 최소한의 진입장벽도 마련하지 않은 점은 인터넷은행법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고 은산분리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은행법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도 정치권은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고 사금고 하는 일을 철저히 방지했다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허술한 입법으로 은산분리의 근본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엄중한 상황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정치권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