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양국의 자존심을 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달러(한화 226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관세는 다음 주인 이달 24일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10% 관세를 부과한 뒤, 연말까지 25%까지 관세를 높여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절반가량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에어컨과 점화 플러그, 가구, 램프 등 소비재 항목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만약 미국이 자국 제품에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 규모 외에 267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나온 이번 조치로 사실상 협상이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강·온 양면전략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중국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태로 몰려 결국 반격모드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당국자의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대방과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협상 결렬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문제는 양국 간 무역전쟁이 확대되면서 지구촌 교역이 줄어드는 등 글로벌 경제가 입게 될 타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무역전쟁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공화당 표밭인 쇠락한 제조업 지대와 저학력 백인 노동계층의 지지를 집결하기 위해 대중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간선거 결과에서의 공화당 성적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무역전쟁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 전까지는 양국이 부과한 관세의 규모가 크지 않아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고 결국은 타협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율관세 부과 대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당장 글로벌 경제가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모건스탠리는 지구촌 교역 상품의 3분의2가 글로벌가치사슬로 연결된 점을 들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지구촌 무역 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을 우려하고 나섰다. 경제전문가들은 관세에 영향을 받는 수입품 규모가 1000억달러씩 늘어날 때마다 지구촌 교역이 0.5% 줄고 세계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깎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과 장기화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이번 조치로 신흥국,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