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 본격화…시작부터 파행
예산안 심사 본격화…시작부터 파행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12.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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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불참…“뒷북예산안 9일까지 심의하라는 것 졸속 강요”
한나라 “민주, 참 대단한 불량야당” 비난…조속한 심사 참여 촉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일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조정소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본격 활동에 착수했지만 민주당의 불참으로 사실상 파행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위원회 회의에 앞서 열린 3교섭단체 간사회의에서 소위원회에 불참할 것임을 통보했으며, 한나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친박연대 의원들은 이날 소위에서 민주당의 조속한 심사 참여를 촉구했다.

특히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민주당이 이날 심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계수조정소위 활동에 불참할 계획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예산안 심사의 기본 원칙을 정립하는 것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며, 민주당은 이날 오후까지 내부 의견을 정한 뒤 입장을 위원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일단 한나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친박연대의 입장을 이날 소위를 통해 청취하고, 이날 오후에 민주당의 입장을 들어본 뒤 소위를 속개하기로 결정하고 정회를 선포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감세를 조건으로 해서 예결특위 참여를 하지 않고 국정에 불안감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감세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선 예산심사 참여를 통해 예산을 책정해서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정상적으로 국정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우선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감세가 필요하긴 하지만 원칙이 필요하다”며 “감세가 필요하다면 예산 심사 참여를 통해서 합의를 통해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 간사인 류근찬 의원은 “회의가 시작됐는데도 민주당이 참여를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상 최대의 경제 위기 속에서 국정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민주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류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감세는 세법 심사소위가 진행 중인 만큼 회의에 참여해서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면 될 것을 굳이 회의를 연기하자면서 불참하는 것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국회가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류 의원이 말한 취지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이 간사회의에는 참여해서 이미 다른 당과 의견을 이미 나눈 만큼 구체적인 심사는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은 심사의 원칙만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택기 의원도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바로 내년도 예산”이라며 “민주당은 물론 선진과 창조의 모임도 적극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한구 위원장은 “예산은 여야 합의로 만들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행히도 다른 여러 문제와 연계돼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특히 이번 예산안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내용이 많은데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정부가 일을 추진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조속한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소위에 출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어려운 시간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며 “우리나라의 현재 재정건전성은 세계와 비교할 때 크게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해야 한다”고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강 장관은 이어 “지금 위기가 워낙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소위 조정 과정에서도 준비를 충실하고 성실하게 하겠다”며 “현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 빨리 예산이 통과돼서 위기극복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심사기간을 두 달로 정해놓은 것이 현행 규정인데 지난달 7일에야 수정예산안을 뒤늦게 제출한 뒷북예산안을 가지고 오는 9일까지 심의하라는 것은 졸속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정부 여당의 입장을 반박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에 불참한 것과 관련, “참 대단한 불량야당”이라며 맹비난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도대체 어디서 이런 떼쓰기 강단이 나오는지, 같이 지켜봐야 하는 우리 눈도 부끄러운데 국민의 눈에는 얼마나 기가 막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변인은 “민주당은 계수조정소위에 불참한데 이어 이런저런 요구조건까지 내걸었다”며 “마땅히 해야 할 숙제를 앞에 두고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숙제를 하지 않겠다며 공부상을 걷어찬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은 온 나라가 경제난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마당에 딴 상 차려놓고 한가한 말잔치만 벌이고 있다”며 “‘꼬투리잡기 전문당’다운 국정방해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은 국회에서 청개구리 정당의 모습만 보여주더니, 이제는 정부가 제출한 수정예산안까지 조건을 걸며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사실상 국회파업 재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려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보지도 못했던 정세균 대표가 나서야 한다”며 “정 대표가 국가를 위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비에 떠내려간 민주당을 부여잡고 울어봤자 소용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