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연이은 투자 발표, 신뢰 쌓는 계기돼야
[기자수첩] 대기업 연이은 투자 발표, 신뢰 쌓는 계기돼야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9.1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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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삼성 그리고 최근 한화와 포스코, GS그룹까지 20조원에서 180조원에 이르는 근래 보기 드문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들 그룹들이 발표한 규모는 대부분 전년보다 늘었다. 삼성그룹은 향후 3년간 국내에만 130조원을 투자, 연간 평균 40조원으로 지난해 29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도 2016년과 비교하면 90.3%나 급증한 규모였다. GS도 지난 3년간의 평균 투자금액보다 25% 증가한 계획을 밝혔으며 한화도 37%가 늘었다.

대기업 투자를 두고 바라보는 시선은 주로 두 가지다. 정권눈치보기라는 게 하나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9%로 낮췄다. 내년도도 2.9%에서 2.8%로 내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만큼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이유로 정부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것을 두고 ‘압박’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사내유보금과 연관 지어 보는 시선이 다른 하나다. 지난 6월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837조7577억원으로 2016년 766조9670억원 대비 70조7906억원, 9.2%가 증가했다. 사내유보금 때문에 대기업들이 투자는 외면한 채 곳간에 돈을 쌓아두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이를 위한 투자는 당연히 동반돼야 한다. 지금 대기업 투자를 둘러싼 두 가지 시선의 공통점은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특히 이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바닥을 치고 있다. 이번 대기업 그룹들의 투자계획은 경제 활성화의 모멘텀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반갑고 필수적인 소식이다. 이를 추락한 기업 신뢰 제고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투자계획을 실현하는 것은 물론 이번 계획 이후로도 본연의 활동에 맞는 지속적인 투자를 자발적으로 내놓는 행보가 동반되어야 한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