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역 공급 확대 등으로 가격 안정세 유지
9·13부동산대책으로 인해 늘어난 고가·다주택자의 세부담이 서울 전세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주변 지역에 주택 공급이 늘고 있고, 전셋값이 이미 세입자들의 지불능력 한계치에 가깝도록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전셋값은 당분간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부동산 서비스 기업 직방은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가구당 전세가격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 2012년부터 6년 동안 매년 전년보다 최소 2085만원에서 최대 3736만원까지 급등해 왔으나, 올해(4억1970만원)는 지난해(4억1227만원)보다 743만원(1.8%) 오르는 데 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서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임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가격 상승세인 것이다.
또, 올해 가구당 중간 전세가격은 3억80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0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전년도 상승폭 2500만원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평균·중간 전세가격은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은 후 올해부터 점차 하향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가격은 지난해 12월 4억5516만원에서 지난달 3억8808만원까지 떨어진 후 이달 4억299만원으로 소폭 반등했고, 중간가격은 4억원에서 이달 3억8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직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인 서울 주택매매시장과 비교하면 전세시장은 매우 안정적인 가격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서울 인근 대체 주거지의 공급 증가와 기존에 급등한 가격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세입자들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전세가격이 오를 수 있는 불안요인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9·13대책으로 집주인 세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이것이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집주인들이 9.13대책 대응으로 전세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시키기에는 수급 상황이 불리하게 형성돼 있다"며 "서울 인근의 공급 증가와 오피스텔 등의 대체 주거건설 등도 전세시장의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향후 추가적으로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도심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시키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9·13대책에 따른 등록 민간임대주택사업자 세제혜택 축소로 인해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는 '준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등록 임대주택사업자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최대 8년간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로 제한돼 전월세 시장 안정화뿐만 아니라 임차인 권리보호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2년 단위 계약으로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는 불안감에서 산다는 건 세입자에게 너무 잔인한 것"이라며 "계약갱신 청구권이나 임대료 인상 상한제를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면 임대주택사업자를 양성해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