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뺏긴 임대사업자…전월세 공급 위축 우려
당근 뺏긴 임대사업자…전월세 공급 위축 우려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9.1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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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값 잡으려 임차인 주거안정 계획 축소
전문가 "시장 과열 주원인도 아닌데 과잉대처"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김재환 기자)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김재환 기자)

"필요할 땐 임대사업자라 부르고, 이제는 규제대상인 다주택자라고 한다. 시장과열을 잡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이해하지만, 장기적으로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포기한 것은 대단히 아쉽다"

9·13대책 중 주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던 세제혜택이 대폭 축소된 것을 두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집값 잡기에 급급한 정부가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하던 정책까지 과도하게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이하 9·13대책)에 주택임대사업자(이하 임대사업자)의 과도한 세제혜택을 조정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안을 담았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아쉬운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중장기적 주거복지 로드맵 일환으로 서민 임차인 보호 및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추진했던 임대사업자 육성 사업이 당장의 집값 잡기에 희생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들을 최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긴 어려운 데도 다주택자라는 점에서 갑자기 (부동산) 과열의 핵심요인인 것처럼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됐다"며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임대차시장 안정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바라보는 여유를 갖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제혜택 환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 스스로도 최근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홍보해 온 정책을 1년도 채 이어가지 못하고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한 대출을 허용해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임대사업자를 계속 육성하는 데 필요한 세제혜택까지 줄여버린 것은 다소 지나친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민간임대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서민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준공공임대주택 시장을 확대해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사회적 이익을 포기한 셈"이라며 "결국 임대주택 공급이 줄면 전·월세시장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는 일정부분 리스크를 가진 대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집값 안정을 최우선에 뒀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말의 가격상승 요인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에서 임대주택사업자의 혜택을 상당 부분 제한하기로 했다"며 "다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돼 조정지역에서 해제되면 세제혜택 축소 규제가 자연스럽게 풀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임대업자 신규 등록 월별 추이(단위:명).(자료=국토부)
임대업자 신규 등록 월별 추이(단위:명).(자료=국토부)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등록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방세 및 양도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가 8년 장기 임대등록주택(수도권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 양도시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됐지만, 9·13대책 발표 후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한 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취득한 주택은 임대등록을 하더라도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다.

종부세 비과세 대상이던 8년 장기 임대등록 주택(수도권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 역시 1주택 이상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취득한 경우 종부세 합산 과세 대상이 된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