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30년 만에 법정서 다뤄진다
'형제복지원 사건' 30년 만에 법정서 다뤄진다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9.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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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위, 문무일 검찰총장에 비상상고 권고
"당시 무죄판결 근거인 내무부 훈령은 위헌·위법"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시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으로 손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30년 만에 다시 법원에서 다뤄지게 된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13일 '형제복지원 수용자 의문사 및 감금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검찰개혁위는 권고 사유에 대해 "당시 무죄판결의 유일한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그 위헌·위법성이 명백하다"며 "형사소송법 제441조에서 정한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하는 만큼 형제복지원 사건 확정판결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비상상고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의 심판 자체가 법령을 위반한 경우 밟는 비상구제절차로 신청권은 검찰총장이 갖고 있다.

따라서 문 검찰총장은 개혁위 권고안을 검토한 후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살펴 대법원에 비상상고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부산 소재 해당 복지원이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은 인권 유린 사건이다.

복지원은 공식집계로만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장애인 등 3000명을 불법 감금했으며, 이 중 513명이 사망했다.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형제복지원의 참혹한 실상은 1987년 당시 김용원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우연히 형제복지원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목격해 조사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하지만 김 전 검사는 검찰 지휘부의 수사 방해와 정관계 고위층의 압력 탓에 축소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박 원장과 직원들을 수감금 등 일부 혐의로만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박 원장의 강제수용과 감금이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거리를 배회하는 걸인이나 껌팔이, 앵벌이 등 부랑인들은 물론 노점상들까지 재판없이 강제로 붙잡아와 무기한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살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수사방해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문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청구하면 형제복지원 재판이 시작된 1987년 이후로는 31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때로부터는 29년 만에 다시 사건 심리가 이뤄지게 된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재조사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서는 "당시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수차례 재조사와 피해자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