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 1년, 빛과 그림자
[CEO] 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 1년, 빛과 그림자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9.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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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구조조정 성공리 마무리… 세금낭비‧실적악화 남은 과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부실기업의 투명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밝힌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업무성과에 대한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한국GM과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했지만 부실기업에 막대한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과 실적악화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엄정한 기준과 원칙하에 투명한 절차에 따라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가 제시한 원칙과 기준은 기업이 산은의 자금투입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고정비용을 감축하고 부실화된 책임에 대한 고통을 분담하며 독자생존 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금호타이어와 STX조선 매각과정에서 이 회장의 원칙론은 빛을 발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더블스타 매각이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될 위기까지 갔었지만 해외매각이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당위성을 설득으로 관철시키며 매각을 성사시켰다.

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 회장의 냉철한 판단력은 돋보였다. STX조선은 2013년부터 채권단이 관리하며 8조원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자 법정관리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 회장은 산은의 신규 자금 투입을 중단하고 STX조선 스스로 고정비를 감축해 이해당사자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기한 내 자구계획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는 이 회장의 초강수에 밀려 STX조선은 기한을 하루 넘겨 겨우 자구안을 제출했고 산은이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회장이 제시한 독자생존 원칙과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은 찾기 힘들었다. 한국GM이 4년 연속 적자기업임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은은 신규 자금을 출자했다. 이 회장은 GM본사와 같은 기준으로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산은이 7억5000만 달러를 신규 자금출자로 지원하는 반면 GM본사가 투입하기로 한 총 36억달러 중 28억달러는 대출 방식으로 출자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분율을 지켜 비토권을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산은이 막대한 자금지원을 떠맡게 되며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산은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20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731억원) 대비 59%(7527억원) 급감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발생한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대손 비용 증가가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KDB생명 매각과 현대상선 구조조정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취임 당시 밝힌 원칙론을 지키며 리더십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