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도 ‘고용 불안’
외국인 근로자도 ‘고용 불안’
  • 오승언기자
  • 승인 2008.11.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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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으로 기업들 구조조정 가시화
경제 불황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근로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지난 4일부터 28일까지 15개 지부 9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일부 사업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있는 A기업은 최근 경제위기가 가시화되면서 2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콘덴서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현재 15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최근 물량이 감소하면서 주야 2교대 근무를 주간근무로 전환하고, 야근과 특근을 없애는 등 감산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에 있는 또 다른 업체도 산업연수생으로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두 자국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계약기간이 끝난 산업연수생을 돌려보낸 것이라고는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불황이 심화될 경우 다시 이들을 고용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중소·영세사업장은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이미 임금체불이나 해고 등의 요소들이 먼저 나타난다”며 “예전에는 안정적이었던 곳들이 지금은 안정적이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악화에 따른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생산량 자체를 줄이면서 새로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산하 이주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일이 많이 줄면서 업무가 단축됐다든지 일자리를 찾아서 이동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영세 중소기업의 도산율이 높아지면서 향후 해고 현상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선동수 상담팀장 역시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상황은 치명적”이라며 “임금체불이나 해고 등에 대한 상담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제 불황의 책임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2만명 단속한 데 이어 남은 두 달 동안 2만명을 더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정부는 경제 불황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욱 조이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