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의 조선업, 함께 가야 멀리 간다
[기자수첩] 불황의 조선업, 함께 가야 멀리 간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9.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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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자 1면으로 본지가 단독 보도한 ‘하도급 갑질’ 대우조선해양, 공공입찰 제한 위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통해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와의 거래에 있어 서면 불완전 교부와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저질렀다며 정성립 사장의 형사고발을 결정했다. 

‘갑질’을 행한 대기업은 대우조선해양뿐만이 아니었다. 7일 국회에서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와 추혜선 의원이 주최한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대회’에서 발표된 사례들을 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하청업체에 불합리한 계약조건으로 하도급 단가를 낮추거나 지급하지 않는 등 부당한 갑질 행태를 저질렀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의 대표적인 조선3사 대기업이 모두 하청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한 셈이다. 

조선업은 하청노동자를 가장 많이 쓰는 산업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원청 4만5363명에 하청 24만3700명으로 하청노동자가 원청노동자의 5.4배에 달한다. 외환 위기 이후 사내하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데다 경쟁력 강화, 장기화된 불황 등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해온 때문이다. 

문제는 협력업체들은 물량을 따내기 위해 원청의 무리하고 부당한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업 불황 이후 대기업들의 횡포가 더 심해졌지만 계속 공사를 수주해야하고 당장 인건비 충당을 위해 이들의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오죽하면 “불황보다 원청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 보고서’를 봐도 전 산업 가운데 조선업이 19.3%로 가장 높다.  

정부가 강도 높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요구하면 조선3사는 항상 협력업체의 고충을 토로해왔다. 대기업이 ‘독감’에 걸리면 협력 중소기업들은 ‘초주검’이 된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그러나 실상 이들은 손실의 책임을 하청 협력사에 전가하며 자신들의 배를 불려왔다. 옛말에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한다면 협력사와 함께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황은 갑질에 대한 합리화가 될 수 없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