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문건파기' 변호사, 전·현직 판사에 '구명 메일'
'대법원 문건파기' 변호사, 전·현직 판사에 '구명 메일'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09.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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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의도 없었다" 주장… 수사방해 시도 여부 조사

대법원 기밀자료를 대량으로 반출한 뒤 검찰 수사 이후 무단으로 파기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압수수색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현직 판사들이 법원의 영장 발부 권한을 이용해 사실상 수사방해를 시도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 변호사는 복수의 현직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법원에 근무할 때 습관처럼 작성·저장했던 자료들 중 일부를 추억 삼아 가지고 나온 것"이라며 "부당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강하게 부인하면서 "가지고 있던 자료들 중 상당 부분은 개인의견을 담은 자료로서 공무상 비밀이나 공공기록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서 초고라고 표현된 의견서 역시 거의 대부분 이미 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이 역시 연구관이 작성한 초안에 제가 의견을 추가해 기재한 것으로 미완성 상태의 문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문건이 무단 반출된 사실이 처음 드러난 지난 5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김 원장 측 소송 관련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 가져와서 PC에 저장된 파일을 확인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최대 수만 건의 재판연구관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을 출력물 또는 파일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7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후 이메일이 보내졌고 영장은 지난 10일 저녁 기각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유 변호사가 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일종의 '구명 운동'을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현직 판사들이 이에 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유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 부장판사는 전날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면서 특정 사건번호로 검색해 나오는 통진당 소송 관련 문건에 대한 압수수색만 허용했다. 검찰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유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