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 채우기 급급한 '청년몰' 사업
[기자수첩] 양 채우기 급급한 '청년몰' 사업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9.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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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 요즘이다.

끝도 없는 ‘스펙 쌓기’에도 회사에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매체에서 연일 이야기하는 고용불안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100대 1에 육박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2011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몰’은 청년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기회다.

청년몰에 선정되면 창업교육과 점포 임차료, 인테리어, 마케팅 및 홍보 등을 포함해 최대 15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몰의 현실도 녹록치 않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몰 창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 사업에 선정돼 개점한 22개 시장 274개 점포 중 65개가 정부 지원기간이 끝나는 지난 3월 기준으로 휴·폐업했다.

이 수치는 전체 청년몰의 4분의 1 수준으로, 청년몰 창업 이후의 지속적인 유지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청년들의 자기자본 투입액이 적어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한 것이 높은 폐업률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창업 기회를 명목으로 청년들을 모은 정부도 청년몰이 지속성을 잃는 것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몇몇 청년몰의 경우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조성되거나, 기존 상인들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법적 갈등까지 빚는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116억여 원의 예산을 증액시켰다. 이미 조성된 청년몰은 뒷전인 채 신규 점포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TV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텅 빈 청년몰에서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종종 소개된다. 정부가 그들의 표정이 진짜 현실임을 직시하고 꾸준하고 안정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