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반세기만에 제대로 된 노조 생길까?
포스코, 반세기만에 제대로 된 노조 생길까?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9.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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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준비위원회…15일 첫 총회 예정
삼성·SK하이닉스 등 노조 설립 영향…“갈길 멀어” 시각도
(사진=포스코)
(사진=포스코)

사실상 무노조 경영이라 불리던 포스코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생긴다. 

11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와 협력사 등의 일부 직원들은 최근 온라인 메신저와 소셜미디어에 설립선언문을 공개하며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세우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노조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략 10월 초순 지회 공식 출범 날짜를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15일께 1박2일 일정으로 첫 비공개로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설립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고용노동부에 정식 노조 신청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는게 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에 노조가 설립되면 포스코는 사실상 창사 이래 최초로 노조를 갖게 되는 셈이다.

지난 1990년 2만명에 달하는 노조가 꾸려졌지만 간부의 금품수수 사건 이후 거의 와해되면서 현재 조합원 수는 약 10여명 뿐이다. 현재는 1997년 만들어진 노경협의회가 직원들의 임금협상·복리후생·근로조건 문제 등을 협의한다. 

그러나 노경협의회가 포스코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전체 직원이 1만7000여명에 이르는 포스코에서 협의회 구성원은 대위원 성격의 400여명에 불과하다. 

이번 포스코 직원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정부의 노동 존중 분위기에 입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조 우호적이어서 설립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무노조의 대명사로 꼽혔던 삼성은 49년만에 노조가 생겼고 SK하이닉스에서도 사무직 노조가 꾸려지는 등 산업계에서는 잇따라 노조가 설립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최정우 신임 회장이 사회공헌 책임을 강조하며 ‘위드(With) 포스코’ 비전을 제시해 놓은 상황이어서 노조 설립을 두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 노조가 들어서기까지는 갈길이 멀 전망이다. 과거부터 꾸준히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어왔지만 사측의 방해로 번번히 좌절됐다는게 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앞서 김순기 포스코 노무협력실장 상무는 노동조합을 논의하는 단체채팅방이 사내에 퍼지기 시작한 지난 3일 현장 관리자들에게 “최근 일부 직원들이 사외 SNS 및 채팅방에 가입, 외부 세력과 연계해 회사와 경영층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들 직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 후 인사부서로 통보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대응 지침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이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익명성을 앞세운 오픈채팅방으로 논의하고 노조가입도 비공개로 해야 하는 등 열악한 상황”이라며 “늦어도 10월 중으로는 본조직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노조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규모나 인원 등에 대해 아직 나온 바가 없는 만큼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