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보합세인데…휘발유가격 왜 뛰나?
국제유가 보합세인데…휘발유가격 왜 뛰나?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09.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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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 그대로여도 국제제품가격이 올라
환율 상승도 영향…수입가격 증가분 반영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사진=백승룡 기자)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사진=백승룡 기자)

국내 주유소 휘발유가격이 10주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반면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4개월 가량 75달러선에서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어, 일각에서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휘발유가격의 상승요인은 유가도, 폭리도 아닌 '환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9월1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3.1원 올라 ℓ당 1623.4원으로 집계됐다. 10주 연속 상승세를 거듭해 지난 2014년3주 당시 1655.97원 이후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평균 휘발유가격도 지난달 2일 1700원대를 돌파한 후 꾸준히 올라 10일 기준 1719.37원으로 파악됐다.

국내 휘발유가격에 근원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는 상승추세를 멈추고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5월 중순부터 배럴당 75달러선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0일 기준 두바이유도 배럴당 75.83달러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지난해부터 줄곧 상승추세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4개월 가량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 휘발유가격이 유가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정제 후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기까지의 시차는 약 1달 반에서 2달 정도다.

정유사와 주유소도 쉽게 폭리를 취할 수 없는 구조다. 우선 국내 정유사의 경우 주유소로 유통하는 공급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마지막주 정유4사의 공급가격은 전주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비록 각 주유소는 가격책정에 있어서 자율성을 갖고 있지만, 인근 주유소가 모두 경쟁업체라는 점에서 섣불리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다만 정유사는 주 단위로 국제유가 등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지만, 주유소는 대개 월 단위로 한꺼번에 공급받는 구조로 인해 가격변동이 더디게 나타난다.

최근 휘발유가격 상승에 1차적으로 영향을 끼친 요인은 국제휘발유가격이다. 국제유가와 별개로 싱가포르 중개시장에서 수요·공급을 반영해 제품가격이 정해지는데, 정유사에서는 이 같은 국제 제품가격을 반영해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국제휘발유가격은 7월 배럴당 81.1달러에서 8월 마지막주 84.7달러, 9월1주 86.4달러로 올랐다.

또다른 상승요인은 환율이다. 환율은 지난 4월2일 1055.50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10일 기준 1129.0원으로 상승세다. 같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해 공급가격 및 주유소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꾸준한 수요로 인해 국제휘발유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국제유가도 계속해서 오른다면 이러한 상승요인이 반영돼 향후 휘발유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