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고통의 늪을 헤쳐나 갈만한 방법이 여의치 않다. 정부는 여러 가지 서민대책을 내놓지만 정작 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1t트럭 ‘포터’가 올 들어 8월 말까지 6만3672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월평균 7959대가 팔린 것으로 국내 누적판매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른바 ‘생계형 차량’이 베스트셀링 카 반열에 오를 정도로 많이 팔린 셈이다. 생계형 차량의 판매 급증은 또 다른 한편으로 불황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씁쓸하다.
최근 4년간 자영업자가 대부업체 상위 20개사로부터 빌린 돈이 50% 넘게 증가했다는 집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부업체 상위 20개사 대출 현황’ 자료에는 2014년 이후 직업별 대출 잔액 증가율은 자영업자가 51.2%로 가장 높았다. 주부 43.2%, 회사원 38.4%이 다음 순이었다.
자영업자가 이들 20개사에서 빌린 돈은 올해 6월말 기준 2조1709억원으로, 2014년 말 1조4356억원보다 7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주부의 대출 잔액도 2014년 말 6000억원대에서 매년 늘어아 올해 6월에는 912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경기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산업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자영업으로 등 떠밀린 서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호소한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공약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웠지만 정작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삶을 옥죄는 이상현상을 만들었다. 서민들의 가계소득을 높이자는 뜻과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지만 그 효과는 반감됐다는 평가다.
당장 임금근로자의 수입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 고용자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부담 가중으로 고용지속이 흔들리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임금근로자까지 위협에 빠지게 됐다.
10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창했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제도를 안착시키고 구체적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일종의 타임스케줄을 조만간 국민에게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비판이 쇄도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의 자영업자에 대한 인식은 심히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홍 위원장은 자영업자가 어려워진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그 이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자영업자가 어려워진 것은 낙수효과가 계속 약화하면서 매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측면과 함께 자영업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과당경쟁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출발은 서민들의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 진작으로 경기활성화를 이루고 다시 재투자로 이끄는 경제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서민의 삶과 현실을 외면한 채 정책기조 고수만 고집하는 소득주도성장을 언제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