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환자, 감염가능성 알고도 신고 안했나
메르스 확진환자, 감염가능성 알고도 신고 안했나
  • 장유리 기자
  • 승인 2018.09.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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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온 부인과 따로 이동… 마스크 착용 당부도
보건당국 대처 지적도… 환자 말만 믿고 공항 통과
10일 오후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붙은 메르스 감염 관련 안내문 앞으로 병원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후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붙은 메르스 감염 관련 안내문 앞으로 병원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확진 받은 환자가 사전에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알고도 검역당국에 이를 알리지 않고 공항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0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메르스 확진환자 A(61)씨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휠체어를 요구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A씨는 "설사 증상이 있는지",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등을 묻는 검역관의 질문에 열흘 전 설사 증상이 있었으나 현재는 괜찮은 상태라고 신고했다.

이에 검역관은 A씨의 체온과 문진을 실시한 뒤 무사 통과시켰다. 고막 체온계 측정 결과 체온은 36.3도로 정상이었다.

하지만 A씨는 그를 공항으로 마중 온 부인에게는 감염 가능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듯 한 행동을 취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 등에 따르면 A씨는 입국 전 부인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주문했다.

또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할 당시 자가용으로 마중 나온 부인과 다른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몸 상태가 악화된 A씨가 2015년 사태 이후 메르스 문제에 예민한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의사 친구를 지목해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귀국할 당시 A씨의 몸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더 안 좋았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A씨는 지난 8월 28일 소화기 이상·오한 증상이 있어 업무 현장에 가지 않고 두 차례 병원을 찾았다. 원래는 지난 4일 입국하려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입국을 사흘 연기했다.

입국 당일에도 A씨는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공항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검역대를 통과할 때 열이 측정되지 않은 것은 수액이나 약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확진환자가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역학조사가 좀 더 치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A씨가 고의로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숨겼을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해 유행할 우려가 있으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반을 설치해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보건당국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 대해 누구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거나, 거짓으로 진술 또는 거짓 자료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해서도 안 된다.

감염병예방법은 이를 어길 경우 제79조에 근거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검역관이 A씨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A씨의 말만 믿고 그대로 통과시켜 메르스 조기 차단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특히 A씨가 검역을 통과할 당시에는 부산과 대전 등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한 시기라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여행객의 불편과 민원을 감수하더라도 중동지역에서 돌아오는 모든 여행객의 설사와 구토 증상까지 전부 걸러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장유리 기자

jyuri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