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승조, 관사 두고 셋방살이 ‘사서 고생’
[기자수첩] 양승조, 관사 두고 셋방살이 ‘사서 고생’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8.09.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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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는 자신이 스스로 어려운 일을 맡아서 고생한다는 말로 쓰이는 ‘고생을 사서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속담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민중의 일상생활 경험 속에서 생성된 관용적 표현물이다. 간결하고 비유적인 수법으로 보편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정한 기능을 가진 세련된 말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도민 3명 가운데 2명가량의 지지(62.6%)를 받아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양승조 지사가 당선인 시절 안희정 전 지사가 사용하던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외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버젓이 도지사 관사를 두고 현재 정무부지사 관사에서 셋방살이하고 있어 이 속담이 딱 맞다.

이렇게 안 지사가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호화운영과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라는 논란이 있어서다. 물론 모든 사람이 관사를 권위주의적 시대의 유물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양 지사 역시 이 말에 동의하고 있다. 또 관사가 호화롭고 운영이 호화스러웠다는 주장 또한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근 도는 ‘1급 관사 용도전환 자문회의’를 열고 3개 부서가 제안한 용도(영빈관, 복지재단의 사무실, 신도시 홍보관)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위원장을 맡은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난색을 보였다. 세 가지 제안이 과연 도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자문위원들은 도민 대상 여론조사, 게스트 하우스 활용, 북카페 조성 등을 제안했다. 특히 언론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제일 좋은 방법은 지사가 다시 관사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사는 관사로 사용해야 한다’라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관사는 숙소형태다. 구조가 주거용이다 보니 회의실 등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기엔 비좁다. 특히 사무용으로 개조할 경우 많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처음 기반시설 개보수 비용 지원 정도는 몰라도 예산이 계속 투입돼야 한다면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독자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운영돼야 한다”는 남궁 부지사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도민에게 관사를 돌려주겠다는 양승조 지사의 취지는 좋게 받아드리고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으로서 한번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는 그의 의지는 높이 평가하지만 ‘허수아비 무서워 나락 못 먹는 참새 꼴’이 되어 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베리는 “정해진 해결법 같은 것은 없다. 인생에 있는 것은 진행 중의 힘뿐이다. 그 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만 있으면 해결법 따위는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지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