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 실시되는 시험은 학생들의 대학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광주의 사립고와 부산의 특수목적고에 이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사립여고 등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교사나 교직원이 학부모나 학원 강사와 짜고 문제를 빼돌리는가 하면 학생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문제를 빼내기도 했다. 심지어는 학교 교무부장이 2학년인 자신의 딸 2명에게 시험문제를 미리 유출해 문·이과 59등과 121등에서 5등을 거쳐 갑자기 1등으로 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밝혀진 시험문제 유출 사건 대부분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교육 당국에 알려지게 된 것들이다. 적발조차 어려운 만큼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의 대처는 한없이 미흡하기만 하다.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는 게 학교 시험문제 유출인데도 학교나 교육청은 사고 후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시험은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생명이다. 수시와 학생부 전형 입시 제도의 근간이 되는 내신 시험이 반칙과 불공정으로 얼룩지면 입시 정책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신은 가중할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은 학교 시험문제 유출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발생한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연루된 교사나 학부모 등에 대해 일벌백계로 엄벌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시험문제 유출 사례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출제·보안·관리 면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이다.
학생성적이 크게 오르면 축하해주는 것이 아니라 의심과 부정의 눈초리로 먼저 보는 세태가 발생하는 씁쓸한 공교육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