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문건설업계, 시장 개방 두고 '머리싸움 치열'
종합·전문건설업계, 시장 개방 두고 '머리싸움 치열'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9.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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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역 규제 폐지 관련 '밥그릇 지키기와 뺐기'
최소 자격요건 설정·영세업체 보호 등 주장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건설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업역개편안을 놓고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들 간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각자의 영역을 최대한 보호받으면서 다른 시장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업역을 허무는 과정에서 일정 자격요건을 부여하거나 영세업체를 보호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국토연구원이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는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행사 종료 예정시간인 오후 4시를 1시간이나 넘겨서야 간신히 끝을 맺었다.

이날 300석 규모 공청회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국토연구원은 '직접시공' 원칙으로 종합-전문업체 간 업역 규제를 폐지하고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공역량과 관계없이 시장보호 차원에서 업무범위(업역)를 규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공청회에 참석한 종합건설 및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건설산업 체질개선을 위한 업역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서로의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상대 업계 종사자에게 고함을 지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토론패널로 참석한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이번 개편안에서) 종합업계의 희생만을 곳곳에서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업역 개편으로 상호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 상대방 시장에 걸맞은 자격요건을 갖추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종합건설사 시장인 복합공사 입찰에 참여하고 싶은 전문건설사는 종합건설 면허를 취득하라는 의미다.

그러자 전문건설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건축과 토목 등 5개 종류로 이뤄진 종합건설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면허별로 법인 자본금 5억~12억원과 기술자 5~12명 이상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규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본부장은 "10개 이상의 공종 면허 전부 가져오라는 것은 복합공사 시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종합건설사는 전문공사하기 위해 전문 면허 취득해서 직접 시공하라"고 말했다.

또, 그는 "10억 미만 단일공사만큼은 종합건설사 진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영세한 전문건설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국토연구원이 개최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PS타워에서 국토연구원이 개최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이날 공청회에서 다뤄진 문제의 핵심은 지난 1976년 제정된 이래 40년 이상 유지된 법령에 따른 건설업계의 업역 범위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2개 이상의 공사종목이 섞인 복합공사는 '종합건설업체'만 수행하고 단일 종목 공사는 '전문건설업체'만 맡을 수 있도록 업역(시장)을 구분해 놨다.

그런데 대부분 공사는 토목과 타일, 철강 등 여러 종목(업종)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종합건설사는 주로 원도급업체로서 공사 총괄업무를 수행하고, 전문건설사는 하도급을 받아 실제 시공을 맡게 된다.

건설산업의 신뢰와 경쟁력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저가하도급이나 불공정 거래, 다단계식 재하도급 등의 문제가 사실상 업역(시장) 구분 탓에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종합건설사가 직접시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경쟁력 향상보다 하도급비용 절감을 통해 원가를 관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에 공종분류도 현실과 맞지 않아 시설물유지관리업 등 일부 업종 면허가 여러 공사를 수행할 수 있어 업역 다툼을 유발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예를 들면 토공·철근·포장업종 공사가 포함된 도로공사(복합공사)의 경우 현행 종합건설사가 원도급을 맡고 전문건설사가 하도급업체로 참여하는 식인데, 이를 해당 업종 면허 중 일부(50~70%)를 보유한 전문건설사도 원도급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종합건설사도 직접시공 가능한 전문건설 업종 면허가 있다면 하도급으로 공사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형평성 차원에서 전문건설사의 경우 단일 종목의 면허를 취득한 경우가 많으므로 타 전문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사에 필요한 공종면허를 확보해 복합공사 입찰에 참여토록 하는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업역 구분 폐지 순서는 제도개편에 따른 시장혼란 최소화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공공토목 시장을 전문-건설사 양측에 허용하고, 2021년 모든 공공공사 및 2022년 모든 공사 순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28일 건설산업의 부족한 기술력과 비효율적 생산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한 후 이에 따라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과 노·사·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및 제8조에 의해 분류된 건설산업 업역 및 업종.(자료=국토연구원)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및 제8조에 의해 분류된 건설산업 업역 및 업종.(자료=국토연구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