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현 키움증권 사장, ‘리테일 사업’에 발목 잡힐까
[CEO] 이현 키움증권 사장, ‘리테일 사업’에 발목 잡힐까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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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쏠림 현상에 목표주가 ‘뚝뚝’… 실적 올랐지만 쓴웃음
사진=이현 키움증권 사장
사진=이현 키움증권 사장

주요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중 관심이 쏠리는 곳이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이 기간 전년보다 37% 늘어난 142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1월 취임한 이현 키움증권 사장 입장에선 이번 순이익 상승으로 경영 부담을 일부 던 셈이다.

그런데 증권시장에서 키움증권을 보는 시각은 생각보다 긍정적이지 않다. 키움증권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곳곳에 드러난다. 우선 실적 내용부터 살펴보자. 키움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85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6% 하락했다. 위탁수수료 수익 역시 1분기 701억원에서 2분기 679억원으로 소폭 하락했고 자기자본투자(PI-39억원) 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90% 가까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수익 쏠림현상이다. 키움증권은 영업이익 60%가량을 리테일 사업 부문에 의존한다. 이는 주식 거래량에 따라 분기별 수익이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올 하반기 주식거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변수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 때문에 개인 주식거래 대금은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10조원대였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부터 12조원에서 14조원을 넘어서며 크게 늘었지만 7월부터 9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지난달(8월)엔 5조원대로 급감했다.

증권업계에선 잇따른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하반기 거래대금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리테일 사업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키움증권을 겨냥한 조언인 셈이다.

실제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평균거래대금 및 시장 변동성 확대 등 시장 변수의 악화를 반영해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크게 낮추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주식 거래대금이 줄면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장은 실적 외에도 금융당국의 눈치도 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키움증권은 해킹과 악성코드에 취약한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에 대해 최근 경영유의사항 3건과 개선사항 4건을 조치했다. 금감원은 전산사업계획 및 수행관리 강화, 전자금융거래 취약점 분석·평가 절차 관리 강화, 정보처리시스템 운영체제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IT부문 종합감사 시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개선하고 관련내규를 새로 마련하는 등 IT감사업무 운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의를 내렸다.

키움증권의 모기업이 국내 내노라하는 IT기업 다우기술인데 정작 금융 자회사가 해킹과 악성코드 위험에 노출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번 조치로 키움증권은 개선 기간(검사서 접수날부터 6개월)이 부여되고 이후 금감원에 다시 보고해야 한다. 만약 기간 내 개선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그 사유가 임직원 직무태만 사후관리 불충분 등으로 판단될 경우 금감원 해당 회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직·문책 경고 및 주의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때문에 이 사장은 내년 2월까지 7건의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현 사장은) 상반기 순익이 늘었음에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지금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