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되어야만 하는 꿈
[신아세평]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되어야만 하는 꿈
  • 신아일보
  • 승인 2018.09.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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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축사에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였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남·북·러, 남·북·중 철도협력에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지역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지역경제공동체 모델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우선 미국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과 그들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이상과 부합되어야만 한다. 러시아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동방정책과 결을 같이해야만 하고 중국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대일로 전략과 부합해야만 한다. 몽골의 초원의 길 구상, 북한의 경제건설총력노선 등도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와 교집합이 있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남북경제협력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로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는 약 1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 문제와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여야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이 몽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양한 목적이 있었지만 석탄 및 철강의 공동생산과 판매를 위하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이 맺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하였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통합 과정은 초기부터 장기적인 발전 목표에 순조롭게 진행되어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속에서 가시적인 목표를 성취해가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전후 유럽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다시는 유럽대륙에서 전쟁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서유럽 국가들간 통합을 생각하였다. 통합논의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이 통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 모네(J. Monnet)와 로베르 슈만(R. Schuman)이 제안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이다. 모네는 젊은 시절 은행가이며 사업가로 성공하였고,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는 프랑스의 전후 경제복구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서유럽 국가들이 석탄과 철강의 공동 관리를 통한 이득으로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당시 프랑스의 외무장관인 슈만에게 전달하여 슈만플랜을 통해 1952년에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슈만플랜은 참여국간에 석탄 및 철강의 공동운영 계획을 담은 것으로 연방주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통합방식이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부문별 점진적 접근이라는 기능주의 방식을 적용하여 높은 생산성을 배경으로 합리적 분배를 행하고, 안정적인 시장 공급과 석탄 및 철강산업의 현대화를 통한 노동자들의 생활 향상을 꾀한 것이다. 슈만플랜은 산업적 이익을 넘어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즉, 석탄철강 부분에서 통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경제전반으로 그 효과가 파급되어 궁극적으로 정치통합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모네의 기능주의적 사고가 깊숙이 내재되어 있었다.

당시 모네는 이러한 공동체를 경제발전이나 국가들간 경제 협력체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국가를 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네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서유럽국가들간 정치통합을 위한 시작으로 생각했다. 모네의 구상에 따라 유럽석탄철강공동체 6개 회원국은 1957년에 로마조약(Treaty of Rome)을 체결해 이듬해부터 유럽경제공동체를 출범시켰다. 로마조약을 통해 유럽원자력공동체도 출범하였고, 이후 1965년에 기존의 석탄철강, 경제 및 원자력 공동체는 중복 기관을 합쳐 유럽공동체로 개명하였다.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황과 과거 유럽석탄철강공동체에 참여했던 국가들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미국을 비롯한 6개국이 참여한다면 지역공동체를 통한 국가간 통합은 어려울지라도 모네가 언급한 것처럼 참여국 국민들을 통합시키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단지 꿈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 민관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