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속 430km 고속열차 해무는 달리고 싶다
[기자수첩] 시속 430km 고속열차 해무는 달리고 싶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9.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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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잡힌 대구 출장으로 오랜만에 KTX에 몸을 실었다. 매번 느끼지만 이 교통수단은 참 사랑스럽다. 차로 쉼 없이 달려도 4시간이 넘는 거리를 2시간만에 주파한다. 일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 저녁 약속도 소화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온다. 때로는 불가능했던 많은 것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2004년 개통해 전국을 질주하고 있는 KTX가 이를 증명한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삶을 또 한 번 변화시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KTX 보다 시속 100㎞ 더 빠른 400㎞/h급 고속열차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그로부터 5년 후 우리는 해무(HEMU-430X)라는 이름의 열차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최고 속도 430㎞로 설계된 순수 국산 고속열차.

이미 KTX의 매력을 몸으로 느낀 국민들은 새롭게 다가올 변화에 설렜다. 기대로 부풀었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될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6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국민적 기대는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마땅히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던 400㎞/h급 고속열차가 국토부 어딘가의 서랍 속에 처박혀 잠자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권 교체기에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면서 국토부 장·차관이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고, 해무가 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들의 해명이다.

해무는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기반으로, 수십개 기관, 수백명의 인력이 수년간의 노력으로 만들어 냈다. 서울-부산 간 이동 시간을 KTX 보다 1시간 가까이 줄일 수 있는 해무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는 상상 이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그 변화와 가능성을 국민의 동의없이 손에서 놔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며 다양한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토부는 국민을 위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신기술을 황당한 이유로 썩히고 있다.

국정감사가 다음달로 다가왔다. 해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국토부의 어설픈 해명은 이번 국감에서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시속 430㎞ 초고속 열차가 하루 속히 국민들 삶 속에서 질주할 날을 고대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