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립박물관 ‘큰 불’… 유물 2천만점 소실 위기
브라질 국립박물관 ‘큰 불’… 유물 2천만점 소실 위기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09.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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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대 자연사 박물관… 정부의 관리부실 지적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200년의 역사를 지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이 2일(현지시간) 대형 화재로 유물 2000만여 점이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

외신들은 이 소식을 일제히 전하며 소장 유물 상당 부분이 소실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정확한 피해 상황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불은 관람시간이 지난 2일 오후 7시30분 시작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시간이었기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박물관이 소장중이던 유물이 소실될 경우 그 피해액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박물관은 지난 1818년 지어져 올해로 200년 된 라틴 아메리카 최대 자연사 박물관이다. 소장 유물 중에는 100년 이상 된 수집품 등이 있어 자칫 남미의 문화유산이 상당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여기에는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돔 페드로 1세가 가져온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가공 예술품,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2000년 전의 해골 '루치아'를 비롯해 화석, 공룡, 1974년 발견된 운석 등 귀중한 소장품을 보관하고 있다.

불이 나자 20개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 명이 출동했지만, 대응이 늦었고 주변 소화전 2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트럭으로 주변 호숫가의 물을 길어 진화에 나서야 했다. 특히 전시된 유물 상당수가 나무, 종이 등으로 불이 쉽게 붙어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두아르테 박물관 부관장은 현지 글로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물관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였고, 적절한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에 따르면 지난 6월 박물관 200주년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정부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셰우 테메르 정부가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과학·문화 예산을 우선 삭감했고, 리우 연방대학 소속이던 이 박물관도 몇 년 전부터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한 인재라고 보고 있다.

브라질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베르나드 벨루 프랑쿠는 "이 비극은 국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범죄"라고 지탄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